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뜨는 이유는?

[나노 세계 여행] 선크림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피사체가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과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늘날 과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나노(1㎚=10억 분의 1m)'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입니다. 이런 나노 세계를 항해하는 과학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주사전자현미경(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y) 등을 이용해서 나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진으로 본 나노 세계의 모습은 어떨까요? 홍진기 미국 MIT 연구원(화학공학과 Post-Doctor)과 강상욱 상명대학교 교수(화학과)가 여러분에게 나노 세계의 비밀을 살짝 보여줍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갈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사진과 함께하는 특별한 과학 에세이 '나노 세계 여행'을 놓치지 마십시오. <편집자>

ⓒ홍진기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나 피부에 관심이 많다. 화장품이 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처럼 피부에 대한 관심은 남녀가 따로 없는 듯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기미, 주근깨, 여드름 등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피부 노화를 막는 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연구자는 크게 3가지를 원인으로 본다.

건조한 피부, 활성 산소, 자외선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우리는 일명 선크림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을 바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크림 내의 티타늄다이옥사이드 (TiO2) 또는 산화아연(ZnO) 등의 입자들이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선크림의 성분 표를 들여다보면, 티타늄다이옥사이드 또는 산화아연이라고 적혀 있는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크림을 바를 때 우리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선크림을 바르고 나서, 얼굴이 하얗게 뜨는 현상이다. 특히 여름철에 선크림을 바르고 나온 남자들 얼굴에서 이런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위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티타늄다이옥사이드 또는 산화아연 등의 알갱이들이 뭉쳐서 선크림 내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선크림을 발랐을 때 이들을 최대한 잘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하면, 빛의 가시광선 파장대보다 이들 입자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대의 모든 빛(빨주노초파남보)을 반사하면서,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평소에 스킨, 로션도 바른 적이 없는 남성이 갑자기 한여름에 피부 보호한답시고 선크림을 발랐다가 얼굴이 하얗게 뜨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맨 얼굴에 바로 선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로션으로 피부를 한 번 코팅한 뒤에, 선크림을 바르면 상대적으로 티타늄다이옥사이드 또는 산화아연 등의 알갱이들이 분산되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자외선도 차단하면서, 얼굴도 산뜻하게 보이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으니, 늘 머릿속에 저 뭉쳐있는 티타늄다이옥사이드 알갱이들을 기억해두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