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한국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으로 <여성동아> 장편 소설 현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휘청거리는 오후>(1977년), <도시의 흉년>(1979년), <살아 있는 날의 시작>(1980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년), <아주 오래된 농담>(2000년) 등의 장편 소설과 그간의 단편 소설을 묶어 지난 2006년 펴낸 여섯 권의 단편 소설 전집과 소설집 <친절한 복희 씨>(2007년)가 있다.
▲ 소설가 박완서 씨가 22일 오전 6시 17분께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뉴시스 |
고인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탄탄한 서사에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녹여내 가부장제, 중산층의 속물성 비판 등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노년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서 한국에서 보기 드문 노년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 작가 인생 전체를 거쳐서 대중적인 사랑도 독차지했다.
고인은 마지막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도 지치지 않은 창작욕을 이렇게 표현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 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는 나를 누가 좋아해 주겠는가. 나를 스쳐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 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 16호이며,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이며, 유족은 장녀 원숙, 차녀 원순, 삼녀 원경, 사녀 원균 씨 등 4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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