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새누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지원에 대한 입법'을 6월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은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송전선로와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에게 오는 2024년까지 1조3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민들이 내는 전기 요금의 3.7퍼센트를 차지하는 전력산업기금으로 송전 선로와 발전소 지역의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는 의미다.
▲ 경상남도 밀양 지역 766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27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주민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제압돼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준조세 성격을 갖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 대부분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진보정의당)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아 2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송·변전 주변시설에 대한 지원은 현행과 같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전력이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전력산업기금으로 지원금을 사용하는 데 반기를 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에서 부담하는 경우 사업자 부담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며, 현재 사업 시행자 자체 재원으로 지원 중인 액화 천연가스 인수 기지, 석유비축 시설 등 기타 에너지 시설 주변 지역 지원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제남 의원은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전력기금 사용을 반대한 것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밀양 주민들의 진실한 호소를 외면한 채 돈으로 입막음 하려는 행위조차도 얼마나 졸속으로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27일 오전에는 95번 공사 현장(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 마을)과 127번 공사 현장(부북면 위양리 도방 마을)에서 주민과 한국전력 간의 대치 상황이 발생해 주민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오후까지 계속 내린 비로 현재는 모든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01년 정부는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765킬로볼트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 5개 면(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집중돼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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