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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는 팥죽? 왜 먹는지 알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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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는 팥죽? 왜 먹는지 알고 먹자!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동지 팥죽

오늘은 동지다. 옛날부터 동지에는 팥죽을 먹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왜 팥죽을 먹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일화가 나온다. 영조 46년 10월 8일에 왕은 이렇게 말한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뜻이 비록 양기의 회생을 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문에다 뿌리라는 공공씨(共工氏)의 설은 정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만두라고 명하였다. 이제 듣자니 내섬시에서 아직도 진배를 한다고 하니 이 뒤로는 문에 팥죽 뿌리는 일을 제거하여 잘못된 풍속을 바로 잡으려는 나의 뜻을 보이도록 하라."

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에는 팥죽은 먹었을 뿐만 아니라 문에 뿌리기까지 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공공'은 누구인가? <형조세시기>에 그 설명이 나온다. '공공'의 아들이 동지에 죽었는데 역병(마마)을 퍼뜨리는 역귀가 되었다. 생전에 아들이 팥을 싫어한 사실을 기억한 공공이 팥죽을 쒀서 역병을 막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공공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이다. 공공에 관해서는 이런 신화가 전한다. 하늘나라에서 북쪽 지방을 다스리는 신 '전욱(顓頊)'과 물의 신 공공이 하늘나라의 황제 자리를 놓고 싸웠다. 공공은 용맹스럽게 싸웠지만 결국 전욱에게 패배했다. 패한 공공이 분을 못 이겨 하늘의 기둥이 부러뜨렸다.

이 충격 때문에 하늘이 서북쪽으로 기울었다. 덩달아 일월성신도 서북쪽으로 기울었다. 또 땅도 서북쪽은 높고, 동남쪽은 내려앉게 되었다. 물이 동남쪽으로 고이는 엄청난 지각 변동도 낳았다. 이런 공공 설화는 오늘날 중국 땅이 동남쪽으로 기울어진 이유, 해와 달이 서쪽으로 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신화로 읽힌다.

ⓒ뉴시스

이렇게 공공 때문에 세상이 기울게 되었다는 인식은 옛사람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주도 기울어서 운행하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생긴다는 것이 우주를 바라보는 <주역>을 비롯한 동양학의 시각이다. 동지에는 황도 상을 운행하는 태양이 북반구의 하늘 위에서 1년 중 가장 낮게 뜬다.

그래서 옛사람은 동지에는 양기가 음기에 묶여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공공이 물의 신, 또 차가운 겨울을 지배하는 신인 것도 일맥상통한다. 앞에서 영조가 "팥죽이 양기의 회생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기를 회복하고자 먹는 게 왜 하필이면 팥일까?

대개 콩과 식물은 늦은 봄에 생기를 모아서 초가을에 결실한다. 그런데 팥은 한여름에 종자를 심어 가을이 끝날 무렵 결실한다. 이런 팥의 생장을 보면서 옛사람은 그것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차가운 겨울을 따뜻한 봄으로 바꾸는 온기를 준다고 보았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바로 그 온기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팥은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다. 우선 신장의 소변 기능을 돕는다. 팥의 가장 큰 효력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붓기를 없애는 것이다. 임신하고 나서 붓기가 있는 이들이 팥을 먹으면 효과가 크다. 팥을 씻어서 내방을 버린 붕어나 잉어와 함께 먹으면 임신 부종에 큰 도움이 된다.

팥은 술이 깨는 데도 효과가 크다. 연말 애주가도 팥죽 한 그릇이 좋은 보양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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