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나노(1㎚=10억 분의 1m)'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입니다. 이런 나노 세계를 항해하는 과학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주사전자현미경(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y) 등을 이용해서 나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진으로 본 나노 세계의 모습은 어떨까요? 홍진기 미국 MIT 연구원(화학공학과 Post-Doctor)과 강상욱 상명대학교 교수(화학과)가 여러분에게 나노 세계의 비밀을 살짝 보여줍니다. 일주일에 화, 목 두 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갈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사진과 함께하는 특별한 과학 에세이 '나노 세계 여행'을 놓치지 마십시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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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기 |
글쓰기는 가장 손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수단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발견이었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 수많은 간접 경험의 효과와 더불어 글쓴이의 생각까지 내 것으로 습득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신비스러운 순간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연필을 이용하여 종이에 글씨를 쓰는 원리를 과학자의 시각에서 한번 살펴보자. 연필의 주 성분인 흑연은 탄소(C : 원자번호 6번)로 이루어져 있는데 탄소는 물질의 성질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최외각 전자를 4개 가지고 있다. 탄소는 모두 4개의 최외각 전자 중 3개가 탄소 원자핵을 중심으로 정삼각형의 꼭짓점 위치에 존재하고 이 꼭짓점을 다른 탄소 원자가 공유 하는 결합 형태를 가지게 된다.
즉, 탄소를 중심으로 여섯 개의 전자가 정육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 남은 최외각 전자의 경우 정육각형 평면의 위 또는 아래에 위치하면서 이들 평면을 서로 결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힘을 π(파이)-π(파이) 상호작용이라 한다. 우리가 글씨를 쓸 때 연필심과 종이가 마찰하면서 π-π 상호작용으로 뭉쳐 있던 흑연 판상 입자들의 결합이 파괴되어 떨어져 나온 판상의 흑연 입자가 종이에 정전기적으로 붙어 글씨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강 & 홍"이라 쓰인 필자의 손 글씨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상단 왼쪽). 글씨를 쓸 때 주는 힘 때문에 글씨의 문양대로 조금 눌린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흑연의 판상 입자들이 종이에 글씨대로 묻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전자현미경 (상단 오른쪽) 사진은 녹색 네모 부분을 고배율로 확대해서 관찰한 이미지로 '홍'이라는 글자의 'ㅗ'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사진의 좌측 부분은 이미 앞에서 봤던, 나무 섬유질이 배열되어 있는 종이의 모습이지만 우측 부분은 흑연 입자들이 종이 섬유질 위에 붙은 글씨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금 더 고배율로 확대를 해보면, 연필심에서 보았던 흑연 판상 입자들의 모습을 붉은 네모 이미지(하단 오른쪽)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그냥 검은 분말이 종이 위에 묻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이러한 작은 흑연 판상들이 종이 위에 놓여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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