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짜리 근로계약을 무려 23년이나 반복 갱신하다 계약 해지된 한 대학 조교가 대학 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 15부(김용빈 부장판사)는 ㄱ 전문대 계약직 조교로 일해온 서 모(52) 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단기 근로 계약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 갱신한 경우 계약서에 정한 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 씨는 1년 단위로 23년간 재임용됐고 호봉제 보수를 받아온 점 등을 볼 때 사실상 정규직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대학 측이 해고 사유로 든 근무평정은 공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해고 이후 첫 달 치 월급은 500만 원, 그 다음 달부터는 복직 시까지 월 평균 임금인 560만 원을 매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23년이나 근무한 사람이 계약직이었던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최근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추세가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확대되고 있는데, 대학가만 이를 빗겨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장기간 근로계약이 갱신된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다음번 계약 역시 갱신될 거란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있다"며 "이 경우 합당한 사유 없이 계약 만료하면 부당 해고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애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은 "20~30년씩 일하는 1년짜리 계약직들이 조교, 강사를 포함해 대학가에 상당하다"며 "해당 판결이 대학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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