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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세상? 아니, '2등'도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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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세상? 아니, '2등'도 위대해!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에서 내려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은, 그 순간의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역사적 순간은 이글호의 측면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지켜보았고, 이후 우주를 향한 관심과 열망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우주를 동경하는 것일까? 이렇게 끝없이 새로운 곳을 찾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까?

인류 최초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꿈꾸었던 고대부터, 지구 너머의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품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곳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짜릿한 흥분을 안겨준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원시인의 여행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탐험의 동기다.

▲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로빈 핸버리 테니슨 엮음, 남경태 옮김, 역사의아침 펴냄). ⓒ역사의아침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로빈 핸버리 테니슨 엮음, 남경태 옮김, 역사의아침 펴냄)은 이렇게 고대에서 현대까지, 최초의 탐험으로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온 '세상을 변화시킨 여행', 우리의 세계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여행들을 통해 역사를 훑어본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 지방에 살던 현생 인류가 수렵과 채집이 용이한 땅을 찾아 최초의 여행을 시작한 이래 단순 이동, 종교적인 목적, 호기심, 정복욕, 과학적 연구 등을 이유로 인류의 모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미지의 지역을 최초로 탐험한 사람들과 그 생애를 통해 인간의 탐구 정신을 밝혀보는 이 책은 물리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탐험 과정에서 얻은 삶에 대한 이해도 소중하게 담아내고 있다.

고대 세계, 인류의 초기 조상은 굶주림 때문이든 인구 증가 때문이든 아프리카를 벗어나고자 했고, 그것이 점차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체화되어 지속적인 교역과 정복 활동으로 이어졌다. 중세 여행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적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인은 불경을 구하기 위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도는 구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순전히 호기심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여행도 이 시기에 시작되었는데, 상인 출신인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다가 활기찬 여행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인간은 지구의 전체 모습을 알게 되었고, 세계 일주 항해도 이루어졌다.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은 지구 모양을 두고 100년에 걸친 논쟁을 촉발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탐험가들은 바다로 나아가 역사상 가장 활발한 신세계 여행을 전개했다. 아메리카를 경유하는 새로운 무역로는 돈벌이가 되는 길이었고, 쟁탈의 대상이 됐다. 이때부터 여행은 새 영토를 차지하려는 국가의 공식적인 임무를 띠었고, 유럽 열강은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지구 곳곳으로 침투했다.

17~18세기에는 세계지도에서 빈자리가 사라졌고, 인간이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도 상당 부분 극복했다. 머나먼 남쪽과 북쪽의 땅에도 인간의 발길이 닿았으며, 타히티와 하와이 같은 섬에서 목가적으로 살아가는 민족에게도 유럽의 배가 도달했다. 유럽인은 아프리카 내륙을 처음으로 횡단했고, 과학은 가장 순순한 여행이 이유이자 개척 정신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19세기에는 과학 탐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용감하고 박학한 연구자들은 원시 지역을 뚫고 들어가 미지의 식물과 동물을 연구했고, 거기서 만난 부족의 경험과 지혜를 식별하고 기록했다. 이 위대한 탐험의 시대를 맞아 외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의 황야가 지도에 등장했다. 하지만 순수한 탐험 외에 명성과 명예를 추구하는 자들, 종교적 열정이나 애국적 열정에 사로잡힌 자들도 많았다.

현대에 접어들자 인간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지역을 공략했다. 극 지대와 고산 지대, 심해가 탐험 목표였다. 바다와 대기를 조사하는 정교한 장치가 등장했고, 의복과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인간은 새로운 변방을 차례차례 개척했다. 비행사와 선원은 극한의 모험을 통해서라도 자연의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겠다는 인간 정신의 열망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이제 우주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역동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남극점에 두 번째로 도착한 영국인 로버트 팰컨 스콧의 삶이었다. 그는 멋있는 탐험가였다. 경쟁자가 있음을 몰랐던 그는 모든 장비와 보급품을 직접 끌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주변 환경을 조사했다. 그는 개가 사람보다 짐을 더 잘 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을 큰 고통을 감안해 화물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반면 원래 북극점을 정복할 계획이었다가 남극으로 목표를 변경한 로알 아문센은 스콧이 자신의 계획을 알까 봐 철저하게 숨기며 오직 승부에만 관심을 쏟았다. 과학자는 한 명도 없이 뛰어난 개 썰매꾼과 스키에 능한 사람으로 원정대를 구성한 것이다.

결국 아문센이 먼저 남극점에 도착했고, '오로지 정직한 땀으로 목표를 이룬' 스콧의 탐험대는 돌아오는 길에 사나운 기후를 만나, 보급품을 저장해둔 곳을 18㎞ 앞둔 채 텐트 안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숨을 거뒀다. 스콧은 음식도 물도 열기도 빛도 없는 텐트 안에서 8일 동안 생존하며 일기를 썼다.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약해지고 있고 최후가 멀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 (……) 신이시여, 우리를 돌봐주소서."

이 마지막 기록은 아주 뭉클하다. 개의 힘을 앞세운 아문센에 패했지만 스콧은 과학적 탐사 목적을 훌륭하게 완수했고, 그의 이야기는 강인한 기백을 전해준다. 훗날 스콧의 라이벌이었던 아문센의 원정 대원 헬메르 한센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콧의 업적이 우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스콧 일행이 썰매를 직접 끄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들은 모든 장비와 보급품을 가져갔다가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는 개를 52마리나 데리고 출발했고, 돌아올 때도 11마리나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직접 썰매를 끈 스콧 일행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콧의 업적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 그런 인내를 보였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역사의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 목숨 걸고 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비록 '최초'라는 역사적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흘린 땀과 열정은 참으로 귀하기에,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그들에게도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값진 이야기들을 접하며 얻은 배움을, '여행'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빌려와 살짝 표현해본다.

"나는 깨달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위대한 여행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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