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 않으냐고?
전혀 불편하지 않다.
얼마 전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이들이 캄보디아에 돈을 부칠 때 어떻게 부칠까?
1. 월급날 브로커가 와서 돈을 받아간다.
2. 브로커가 *비행기 타고 프놈펜에 간다.
3. 각 가정에 전화를 건다.
4. 엄마가 프놈펜에 나와서 돈을 받아간다. 끝.
수수료가 비싸지 않으냐고?
비싸지 않다. 오히려 싸다.
천 달러 부칠 때 은행에서는 만 5천 원 정도를 받지만, 브로커를 이용하면 만 2000 원만 주면 된다.
이러니 누가 은행을 이용하겠는가?
이용 안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은행이 싫어도 부득이하게 이용할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돈 못 받고 귀국하는 사람은 외화송금계좌가 필요하고, 외화송금계좌를 만들려면 반드시 캄보디아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돈을 받지!
그러나 베스나는 캄보디아에 단 하나의 계좌도 없다.
본인도, 가족도!
베스나와 그의 가족은 은행계좌를 왜 안 만들까?
이유는 두 가지다.
1. 은행이 무서워서다.
가족 중에 단 한 사람도 은행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 왜? 솔직히 은행이 무서우니까. 왜 무서워? 꼭 속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은행은 순전히 글자와 숫자로 되어 있는데 글자를 모르니까 속는 것 같지. 가족 중에서 엄마가 제일 똑똑한데 그녀조차 까막눈이다.
2. 은행계좌를 만들어놓고 돈 못 받는 친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계좌를 만들면 무조건 돈 못 받는 줄 안다.
요건 기막힌 얘기다.
베스나의 친구 *보릿은 3년을 마치고 퇴직금을 못 받은 채 귀국했다. 그는 퇴직금을 받아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보릿에게) 캄보디아 은행에 계좌를 만들라고 시키는 한편, 노동부에 진정했다. 결국 조사가 진행되어 퇴직금 364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때 돈을 주지 않으려고 사장님이 꾀를 냈다. 어리석은 보릿이 넘어갈 만한 제의를 한 것이다.
"한국에 다시 들어오게 해줄 테니까 진정 취하해 줄래?"
이 바보는 한국에 들어올 욕심에 진정 취하서에 사인해 보냈다.
미련 떤 거지!
그걸로 끝이었다.
보릿은 한국에도 못 들어왔고 364만 원도 못 받았다.
이 사건을 보고 옳다 됐다! 하고 브로커가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것 봐. 은행 계좌 만드니까 돈 못 받잖아!"
보릿이 돈을 못 받은 건 바보처럼 진정 취하서에 사인했기 때문이지만, 소문은 그렇게 났다. 은행계좌 만들어서 돈 못 받았다고.
나는 보릿 사건의 진실(true story)을 알려주고 베스나에게 물었다.
"은행계좌 만들래, 안 만들래?"
"만들래요!"
▲ 은행 문턱을 넘은 베스나! ⓒ한윤수 |
그날 엄마가 프놈펜으로 나와서 은행 문턱을 넘었고, 드디어 캄보디아에 계좌를 만들었다.
그걸 근거로 베스나는 발안에서 외화송금계좌를 만들고!
큰 전투를 치른 기분이었다.
베스나는 11월 13일 출국했다.
*비행기 타고 : 실제로는 환치기상을 이용하는 등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순진한 캄보디아인들은 <브로커가 비행기 타고 가는> 줄로만 안다.
*보릿 : 오랑캐꽃 199번(2010년 3월 2일자) <미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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