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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에 비아그라 섞은 사기꾼 "난 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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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에 비아그라 섞은 사기꾼 "난 죄 없소!?"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보신(補身)과 보신(補腎)

보신(補身)과 보신(補腎)의 개념은 비슷하게 쓰였다. 보신은 '몸을 보한다'는 일반적인 뜻이지만 보신은 '간, 심, 비, 폐, 신 중의 하나인 콩팥을 보한다'는 뜻이다.

지난번에도 언급하였지만 한의학의 논리 속에서 신장은 "생명의 정을 간직하는 부위로 정신과 원기가 생겨나는 곳이며 남자는 정액을 간직하고 여자는 포(胞) 즉 자궁이 매달린 곳"(<난경>)이다. 이렇게 신장을 생명 활동의 근간이자, 생식 활동을 주관하는 곳으로 여긴 탓에 보신(補身)의 핵심이 보신(補腎)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기(氣)의 형태 중 신장이 저장하는 것은 정기(精氣)다. 흔히 육체와 대비되는 말로 쓰이는 정신(精神)은 '신장이 저장하는 정기(精氣)를 바탕으로 사유 활동인 신(神)이 펼쳐지는 것'이다. 정력(精力) 역시 '정기(精氣)를 바탕으로 생식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한의학의 논리 속에서 신장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신장은 단순히 피를 걸러서 오줌을 만드는 곳만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일본에서 동양 의학의 대가인 야카즈 도메이(矢數道明)는 현대 의학의 성과를 염두에 두고 "신장은 비뇨기 작용만이 아니라 부신의 작용, 내분비, 뇌하수체의 기관을 통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부신은 무엇인가? 신장 옆에 붙어 있어서 '부신'으로 불리는 이 기관은 몸속에서 보일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잘 알다시피, 인체는 항상 섭씨 36.5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바로 이 작용이 부신에서 비롯된다. 뇌의 시상하부가 센서 역할을 하면서 체온이 떨어지면 부신에 명령을 내려서 열(에너지)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부신에 이상이 생기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해 피로감을 느끼며,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울화가 치밀고 정신 집중이 안 된다. 그래서 부신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아래 유형의 사람을 부신 기능, 즉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지목한다.

"① 출산이나 수술 후 체질이 변했다. ②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찌고 체형이 변한다. ③ 이전에 없던 알레르기나 만성 알레르기가 생긴다. ④ 평생 이런 감기 처음이라고 한다. ⑤ 배고프면 허기를 참기 힘들다."

▲ 신장을 보하는 가장 중요한 약물은 '육미지황환'이다. 이 처방에 들어가는 자양강장제로 유명한 산수유. ⓒ프레시안

그렇다면, 이렇게 신장에 문제가 생긴 이들에게 좋은 처방은 무엇일까? 신장을 보하는 가장 중요한 약물은 '육미지황환'이다. 나이 70이 되어 3일 동안 놀음을 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는다는 전설의 한약이다. 옛날 어른들이 토끼 쥐똥같이 생긴 환약을 지어 늘 장복하던 약이 바로 이것이다.

육미지황환은 흔히 만성 요통, 뼈마디 통증, 성 기능 쇠약, 당뇨병, 전립선 질환, 식은땀, 귀에 소리가 나는 것 등에 좋다. 이 처방에 기재된 중심 약물은 지황인데 다른 이름이 '지정(地精)'이다. 땅의 정기를 모조리 뽑아 올리는데 착안한 이름이다. 마, 산수유도 신장을 보해 정기를 채우는 작용을 돕는다. 나머지 세 약, 목단피, 택사, 백복령은 신장의 정기가 허한 결과로 생긴 허화를 없앤다.

특히 산수유는 대표적인 자양강장제다. 몇 년 전 법원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산수유가 정력에 효과가 있는지 전화로 문의를 받았다. 중국산 산수유로 만든 제품 속에 비아그라 복제품을 섞어 놓아서 기소했지만, 산수유도 자양강장제라고 우기는 통에 불법 유무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수유가 정력에 좋긴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만큼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산수유는 적금처럼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여야 효능을 볼 수 있다. 또 신장의 기능이 과열된 사람이나 염증으로 소변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산수유에 비아그라를 타 '즉각 효과' 등을 얘기했다면 그것은 사기다.

보신을 통해 우리는 한의학의 또 다른 사유를 알 수 있다. 약이어서 내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좋은 것이 바로 약이라는 것이다. 보신에 좋다면 앞뒤 안 가리고 먹고 보는 이들이라면, 이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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