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발 건강의 가장 큰 적은 '하이힐'이 아니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발 건강의 가장 큰 적은 '하이힐'이 아니라…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발바닥을 아십니까?

지난주에 하체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폈다. 이런 지혜는 이황의 <퇴계집>을 보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1549년 퇴계 이황이 넷째 형 이해에게 보낸 안부 편지에서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 마찰의 효과를 상부인 심장의 '화(火)'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묘사하였다.

"용천혈은 발바닥 가운데 있는데 모든 맥이 모이는 곳으로 심장과 통한다. 무릇 열이 발생하는 것은 모두 심화가 위로 타오르고 신수(腎水)가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모든 열이 발생하면 즉시 손으로 두 발바닥 가운데를 마찰한다. 혹 두 발바닥을 마주하여 서로 마찰하기도 한다. 힘이 들면 건장한 종을 시켜도 좋다. 천 번 만 번을 비벼 온몸에 흥건히 땀이 흐를 때까지 하면 비록 요원의 불길과 같은 열도 한 번에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퇴계의 조언을 이해하려면 한의학의 상식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손바닥에 '불(火)'을 상징하는 심장과 연결된 혈인 '소부'가 있고, 발바닥에는 '물(水)'을 상징하는 신장과 연결된 혈인 '용천'이 있는 것으로 본다. 아래로 향하는 물과, 위로 치솟는 불이 우리 몸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발바닥의 용천혈은 신장과 연결된 곳이다. 예로부터 신장은 "정신과 원기가 생기는 곳으로 남자는 정액이 담겼고 여자는 자궁이 매달린" 기관으로 간주했다(<난경>). 결혼하면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풍속도 발바닥의 용천혈과 연결된 신장을 자극해 신랑의 정력을 북돋우려는 한의학에 기반을 둔 생활의 지혜였다.

이런 한의학의 논리를 염두에 둔 처방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축양비방(縮陽秘方)'이라는 처방이 있다. 거머리, 사향, 소합향으로 왼쪽 발바닥 한가운데를 문지르면 음경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처방인데, 따져 보면 옛사람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거머리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성분인 히루딘이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옛사람은 혈액의 응고를 방해하는 거머리가 몸속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런 논리를 따라서 혈액이 한 곳에 모인 발기 상태를 원래대로 회복하는데 거머리가 도움이 되리라고 본 것이다.

거기다 사향이나 소합향은 일종의 각성제 효과가 있다. 즉, 이것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성욕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는 약재인 것이다. 이것을 모아서 발바닥 한가운데를 문지른 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발바닥이 남자의 정기와 연결이 되었다는 한의학의 논리에 기반을 둔 것이리라.

실제로 축양비방은 종종 처방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자면, 말기 당뇨 증상 중에 '강중(强中)'이 있다. 색욕에 탐닉하거나 혹은 종유석과 같은 약물을 사용하면 계속 발기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강중이라고 불렀다. 요즘의 예로는 비아그라를 잘못 사용해 발기가 지속되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럴 때의 처방이 축양비방이었다.

ⓒangallc.com
최근에 발바닥과 관련해 부쩍 늘어난 질환은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 뼈에 부착되는 질기고 단단한 막이다. 이 막은 발바닥의 스프링 역할을 하면서 발바닥을 보호한다. 그런데 바로 이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아침에 잠에서 깨 첫발을 디딜 때 발에 통증이 심하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족저근막염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체중이 급격히 늘어난 사람,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 하이힐로 발바닥에 부담을 많이 준 사람, 갑작스럽게 걷기 운동을 시작한 사람 등이 족저근막염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 족저근막염은 어떻게 치료할까?

한의학에서는 이 족저근막염을 치료할 때도 신장에 주목한다. 발바닥뿐만 아니라 발바닥의 뼈와 뼈를 이어주는 근막도 신장과 연결이 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신장이 허약해진 탓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신장을 보하면 자연스럽게 족저근막의 염증을 자가 치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장을 약하게 만드는 이유는 많다. 스트레스, 잠을 적게 자는 것, 출산 이후의 심각한 체질 변화, 양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등 여러 가지다. 좀 더 구체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대응 방법은 다음에 한 번 더 살피도록 하겠다. 한 번 더 강조하자. 신장은 단순히 혈액을 걸러서 오줌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