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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탓에 괴로운 당신…"커피 대신 국화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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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탓에 괴로운 당신…"커피 대신 국화차를!"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국화 옆에서

국화(菊花)의 '국(菊)'은 '궁(窮)'의 뜻으로 풀이된다. 궁은 무궁화에서 쓰이는 것처럼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국화가 만개하는 가을은 꽃이 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니 '마지막 꽃'이라는 이런 풀이가 그럴 듯하다. 거기에는 끈질기게 풍파를 이겨낸다는 뜻도 들어있는데 이는 국화의 생태와도 부합한다.

꽃을 피울 때 대부분의 식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이 느려지고 시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화는 잎, 줄기가 시들어도 계속 개화 상태를 유지하는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다. 꽃꽂이를 할 때 국화를 다른 꽃과 꽂으면 다른 꽃이 일찍 시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국화의 생명력에 다른 꽃이 치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무) 중에서 국화는 가을의 덕을 상징한다. 특히 가을 서리 속에서 노랗게 피어나는 모습은 모진 시련을 무릅쓰는 선비의 모습과 겹친다. 여름의 더운 열기를 거두어 가을에 화사한 꽃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갑고 서늘한 기운도 연상한다.

국화의 이런 특징을 두고 <신농본초경>은 국화가 안구 건조증("눈이 빠질 것 같고 눈물이 흐르는 증상을 치료한다")을 치료한다고 보았다. 한의학의 논리로 설명하면, 눈은 불의 통로다. 불의 통로인 만큼 눈물이 잘 마를 수 있다. 눈물을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기름과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맹물과 같은 것이다.

안구 건조증은 기름과 같은 눈물이 마른 것이다. 이 눈물은 점액의 증발을 방지하면서 외부의 자극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없어지면 외부 변화(온도, 습도, 먼지 등), 스트레스 등에 예민해진다. 안구가 건조하면 툭하면 가려워서 손이 가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한의원을 찾은 안구 건조증 환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모래 같은 이물질이 있는 것 같고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난다", "지하철의 먼지가 느껴져 지하철이 두렵다", "햇빛은 물론이고 형광등 밑에서도 눈을 뜨기 힘들다" 등의 증상은 바로 이런 사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안구 건조증을 치료하려면 인체의 뿌리인 신장에 저장된 액을 눈까지 끌어올려 눈물샘을 채워줌으로써 열을 잠재워야 한다. 잎, 줄기가 시들어도 뿌리에서 진액을 끌어올려 개화 상태를 유지하는 국화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국과가 안구 건조증에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안구 건조증에 국화가 효과가 있다.

국화는 쉽게 구할 수 있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차를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이렇게 국화차를 자주 마시면서, 덤으로 역시 분류상으로 국화과에 속하는 감국으로 우려낸 차를 냉장고에 넣었다 식혀서 눈에 한두 방을 넣어주면 눈이 훨씬 편해진다. 한의원에서는 여기다 황련이라는 찬 성질의 약을 더해서 점안 약으로 처방한다.

ⓒeastbestpd.com

국화차는 안구 건조증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바람, 온도와 같은 외부 변화에 대해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으로 대응하는 내부의 조절 작용을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국화가 바람, 서리를 오히려 생기로 바꿔서 꽃을 피우는 것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또 국화는 머리로 열기가 솟구쳐 눈이 붉어지고, 귀가 울리며,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도 완화시킨다. 국화가 뿌리에서 진액을 꽃까지 올리듯이, 맑고 찬 진액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열기를 식혀준다고 본 것이다. 국화꽃을 말려서 베개 속에 넣고 자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

이런 국화의 약효 탓인지 예로부터 그것은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식물이었다. 현대 의학에서도 국화는 중추 신경 진정 작용, 혈압 강하 작용,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달라도, 한의학이 오랫동안 국화의 약효를 확인해온 것과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가을이 오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을 많이 암송하지만, 내가 보기에 국화의 본질을 잘 표현한 시는 김용택의 '국화'이다.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됩니다 (…)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바람이 불면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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