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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노인이 솔잎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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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노인이 솔잎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마음을 씻는 송편

어제(22일)는 한가위였다. 이날의 상징은 송편이다. 그렇다면,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사람이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었던 첫 번째 이유는 '벽사' 기능이다. 옛사람은 두창(천연두)이 유행하면 이른바 '마마 귀신'의 침입을 막고자 솔잎을 넣은 싸리 바구니를 처마에 매달았다. 또 집안에서 출산을 하면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고자 대문에 금줄을 치는 풍속이 있었다. 이 금줄에도 솔잎을 꽂았다. 모두 솔잎의 벽사 기능을 염두에 둔 풍속이었다.

이런 벽사 기능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봐도 상당히 근거가 있다. 솔잎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여러 가지 살균 물질을 배출한다. 이런 살균 물질은 부패를 유발하는 세균도 죽인다. 더위가 여전한 음력 8월 15일의 날씨를 염두에 두면, 냉장고가 없던 예전에는 떡의 빠른 부패가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솔잎은 바로 떡의 부패를 막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소나무에는 시킴 산(shikmic acid)이 들어있다. 이 시킴 산을 주원료로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치면 항바이러스제를 제조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2009년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때 주목을 받았던 타미플루다. 실제로 시킴 산을 추출하는 대회향이 약재로 오랫동안 쓰인 사실을 염두에 두면 솔잎에 벽사 기능이 있다고 믿었던 조상의 풍속이 예사롭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소나무도 예전부터 약재로 쓰였다. 복령(복신), 호박이 대표적이다.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공생하는 외생 균 덩어리를 말하는데, 심신을 안정시키고 입맛을 돋우고 구역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이 복령은 흔히 '총명탕'에 기본 약재로 처방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건망증을 낫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호박은 송진 따위가 땅속에 묻혀서 단단히 굳은 것을 일컫는다. 호박은 복령(복신)보다 좀 더 향정신성 약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호박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헛것에 들린 것을 치료한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서 확인된다. 이런 호박의 기능에서도 옛사람이 소나무를 벽사 기능과 연결시킨 이유를 알 수 있다.

ⓒ프레시안

또 솔잎은 신선이 되는 음식으로도 알려졌다.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살펴보면, 중국의 갈선공은 솔잎을 상식하여 변화술의 묘리를 얻어 장수한 선인이다. 신선전의 황초평도 복령과 송진만 먹고 나중에 적송자라로 불린 장수한 선인이다. 이런 설화 탓인지 솔잎은 요즘에도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며 선식의 주성분이다.

솔잎을 장기간 생식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흰 머리가 검어지며, 힘이 생겨서 추위나 배고픔을 모른다는 것.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런 효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과학에서도 솔잎의 옥시팔라민이라는 성분이 젊음을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 내가 주목하는 것은 솔잎이 주는 '청정한 여유'다. 바로 이것이 현대인의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언제든지 솔잎과 함께 찐 송편을 구입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단지 돈뿐이지 솜씨, 노력, 정성이 아니다. 이런 송편에서 추석 먹을거리 구석구석에 깃든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실 속에서 우리는 경제적 풍요와는 반대로 마음의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집중 호우와 교통 체증을 뚫고 고향으로 가는 것도 바로 이 허기를 채우려는 이유 때문이 아닌가? 이번 추석에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솔잎과 함께 찐 송편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운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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