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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윤창중 때문이라고?

[한반도 브리핑] 상호 대결이라는 악순환 선택한 박근혜정부

윤창중 파문으로 한미정상회담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정부 여당의 볼멘소리가 있다고 한다. 고생한 보람도 없이 성추행 스캔들에 한미정상회담이 모두 파묻혔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그러나 정말 5월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성공적이었다면 왜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먹구름이고 남북관계는 끝없는 대치국면을 지속할까? 윤창중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면 응당 그 자체로 평가와 칭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스캔들과 상관없이도 한미정상회담은 위기의 한반도 정세를 전환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미정상회담 최대의 아쉬움은 한미관계 발전은 있었지만 정작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해법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봄 내내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은 군사적 긴장해소를 위해 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킬 대북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 고조의 한반도를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바꾸기 위한 한미의 일치된 대북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한결같이 도발 불용, 비핵화 요구뿐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3월 내내 한 달 이상 끌어왔던 북한 주도의 한반도 위기는 4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대화 표명으로 일정 부분 소강상태를 보이며 대화 모색기로 접어들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엄포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분명 원칙있는 소신이었다.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순방하면서 9.19 공동성명 이행과 대북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고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대표도 워싱턴을 방문해서 글랜 데이비스 미국 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4월 중순 이후 한반도는 위기해소를 위한 협상 모색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고 결국은 5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의미있는 보따리가 제시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한미정상회담은 조심스럽게 모색하던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추동할 만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는 사라지고 기존의 대북 원칙만을 반복하고 말았다.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만한 유인책과 인센티브는 없고 그 자리에 북의 선(先)행동 요구만이 자리 잡고 만 것이었다. 적어도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만이라도 원칙적 입장에서 표명했다면 한반도 정세 변화에 기여했을지 모른다.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대북 억지 과시와 함께 한미정상은 시종일관 북한의 도발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와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전제조건만을 내세웠을 뿐이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대화의 문을 열어 제낄 만한' 적극적 메시지나 '대화의 손을 내밀 수 있는' 대북 제안은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메시지의 주도권은 한국이 준비하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 한반도 문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이끌어봐야 크게 득 볼 것이 없는 계륵과도 같은 이슈다. 북핵문제가 당장 말끔히 해결되기도 힘든 탓에 협상에 나서도 별 성과가 없으면 비판받기 십상이고 대화를 중단하면 핵상황이 악화된다고 욕먹기 쉽다. 그래서 미국 정부에 북핵문제는 가급적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한국정부의 뜻에 따르는 게 정치적으로 용이하다는 판단이 제출되는 이유다.

지난 시기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시 행정부는 대북 강경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끈질기게 설득하고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결국은 한국 측의 뜻에 따르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 처음에는 선(先)비핵화 후(後)협상이라는 강경한 입장이 지배적이었지만 남북의 화해협력과 관계개선을 지속했던 노무현 정부는 끈질기게 부시 행정부에 대북협상을 요구하고 설득했고 결국은 2006년 말 북미협상이 시작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가능한 한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설득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피그미, 독재자, 폭군이라 비난하던 부시 대통령이 2005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했고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요구이기도 했다.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에 개최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공동의 포괄적 접근'(common and broad approach) 구상을 마련해서 부시 행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10월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미협상이 가능하도록 끝까지 관철시켰다. 한반도 위기를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구상과 고민은 한국 정부가 해야 했고 결국 한국의 설득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은 그 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에 나서는 한편 캠벨 차관보 취임 이후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 구상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9월 미국 방문길에 이른바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협상 시도를 사실상 거부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협상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음을 비판하면서 북한이 핵폐기의 핵심 조치를 먼저 취하기 전에는 협상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이 그랜드 바겐이지 사실은 북한에 선(先)굴복만을 요구한 것이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했고 이후 북핵문제는 협상의 동력이 사라진 채 악화 일로를 걷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은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 미국의 대북협상 시도마저도 한국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할 경우 좌절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결국 한미정상회담에서 강경과 압박의 대북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협상과 포용의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는 사실 한국 정부의 입장정리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대 기로에서 결과적으로는 협상을 택하기보다는 압박을 택한 것으로 수렴되고 말았고 이는 곧 남북관계가 여전히 대결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역시나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지속하고 있고 한국도 스파이크 등 최첨단 대북 군사력 제고에 열을 올리는 상승적 군비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성공단은 정상화의 기미는커녕 마지막 남은 대화의 끈마저도 남북이 상호 열을 올려가며 거둬들이는 형국이다. 남북이 대결의 마지막 수순을 향해 마치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우리가 2013년 봄 한반도 위기를 겪으면서 5월 한미정상회담을 주목했던 것은 박근혜 정부가 과연 미국을 설득해서 대화와 협상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니면 강경 대 강경의 대치국면을 지속할 것인가의 분기점이었기 때문이었고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대립과 갈등의 정세 악화로 귀결되고 말았다.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벽돌을 쌓는 대신에 결국 상호 대결의 악순환이라는 첫 단추를 선택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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