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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파고 누운 밀양 주민들 뒤로 하고…국회, '송주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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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파고 누운 밀양 주민들 뒤로 하고…국회, '송주법' 통과

일부 野의원들 "송전탑 공사 강행 빌미 될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밀양이 전쟁터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7일 '송·변전시설 주변 지역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주법)을 통과시켰다. 산업위 위원장이 대안발의한 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방식이었다.

상임위에서 민주당 소속 강창일 산업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근거로 7일 중 처리 방안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조경태, 정의당 김제남 의원 등 일부가 반발했지만, 이들도 적극 반대토론을 하거나 표결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조경태 의원은 "송주법 제정안에 반대 서명한 밀양주민이 2207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정부가 밀양에서 벌어지는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빌미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제남 의원 역시 "한전과 정부는 (송주법을) '송전탑 공사를 해도 된다'는 빌미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미 공사가 강행된 상황에서 국회가 '법으로 뒤처리를 해 줬다'는 원망을 듣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일부 법안 처리절차 등을 문제 삼아 이의제기를 계속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표결하자고 해 봐야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반대) 발언한 4명을 빼면 다 찬성 아니겠느냐"며 무력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형식상은 만장일치였지만 "사실상 다수결"이라는 것이다.

명확히 찬반 입장은 아니었지만, 꼭 이날 중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전정희 의원은 "(이날) 통과시키는 게 맞다"면서도 "송전탑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밀양 상황이 편치 않다. 분위기를 더 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순옥 의원 역시 "반대가 너무 심각한 듯하다. 그 분들 이야기를 좀더 들어야 한다"며 차분히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가결을 막지 못했다.

국회 산업위가 이날 통과시킨 법안은, 송전 또는 변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인근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을 골자로 한다. 재산 보상지역이 송전선 좌우 3미터에서 13미터(345킬로볼트), 33미터(765킬로볼트)로 확대되며, 좌우 60미터(345킬로볼트) 또는 180미터(765킬로볼트) 내의 주택은 주택 매수청구 지역으로 설정된다.

그러나 정작 현재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중인 주민들은 '보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건강권 등의 문제로 아예 철탑을 짓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송주법이 시행되더라도 건강권, 조망권 등의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관련기사 보기)

또 앞서 한전 측이 내놓은 보상안은 고작 1인당 400만 원 수준이어서 '보상'이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한 밀양 주민 고(故) 이치우 씨의 경우, 삼형제가 평생을 바쳐 7억 원 시가의 땅을 일궜지만 한전은 보상금으로 8700만 원을 내밀었다. (☞관련기사 보기)

'밀양 765킬로볼트(kv)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산업위의 법안 통과 후 "밀양 주민들은 '보상을 반대한다', '송전탑 보상법이 아니라 송전탑이 필요 없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지도 않은 채 졸속으로 (법안이) 통과된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송주법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고, 숱한 문제점과 하자를 가졌고, 제대로 된 사회적 공론도 형성되지 않은 이 송주법을 국회 산업위 위원들이 그렇게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송주법의 문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얼마간의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만, 전국 송전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물질적 건강상의 피해를 유발하는 154킬로볼트 송전탑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며, 송전선로로 입게 될 주민 건강권(전자파, 소음, 경관공해)에 대한 부분이 완전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피해를 실제로 조사하는 부분도 빠져 있으며, 보상의 결정과 분배 과정을 투명하게 관장해야할 주민 참여 기구의 문제 또한 누락됨으로써 보상금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게 될 것"이란 부분도 지적됐다.

대책위는 그러면서 민주당 장하나, 은수미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출한 대체입법 청원에 희망을 걸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뒤집기는 적어도 이번 국회 회기 내에는 어려워 보인다. 만 1년 뒤 2014년 정기국회가 열리면 이미 밀양 공사는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상임위 회의장에서 직접 "대체 입법"을 거론한 것은 조경태 의원이었으나, 조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강권 등) 주민 분들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해 폭넓게 보상하자는 법안"을 만들 계획이라면서도 "이번 국회 내로는 힘들지 않겠느냐. (조 의원의 말은) 다음 정기국회 등 다른 기회에 대안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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