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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인사 밀어붙인 박근혜의 눈,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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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인사 밀어붙인 박근혜의 눈, 심히 걱정된다

[이정전 칼럼] <82> 사람을 보는 눈과 리더십

요즈음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장안의 화제다. 어느 모임에서나 그 얘기요, 별별 소리가 다 나온다. "나라 망신이다", "단순한 성추행 사건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이다", "장자연 사건을 흐리멍덩하게 처리해서 이 꼴이 됐다", "청와대가 잘못 대처하고 있다" 등. 한쪽에서는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자 엉덩이를 만진 것 가지고 왜들 이렇게 떠드는지 모르겠다", "늘 있는 일인데 한국에서 만지는 것과 미국에서 만지는 것이 무슨 큰 차이냐"며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든 결과적으로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국격을 떨어뜨린 참담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과연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고매한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도 아니요, 기자로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과 협동해서 일을 매끄럽게 추진할 수 있는 일꾼도 아니다. 그야말로 저질 독불장군이었다는 사실은 그 바닥에서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입이 더럽기로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고, 술버릇도 나빴다고 한다. 그의 인격적 결함이 잘 알려졌기 때문에 그를 대변인으로 임명할 때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간곡하게 만류하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묵살하였다. 심지어 그에 대한 비판이 일 때마다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전화를 해서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중국의 한 고사를 연상시킨다. 중국 한(漢)나라(엄밀히 말하면 후한 혹은 동한)는 썩어빠진 환관들의 횡포 때문에 망했다고 사가들은 말한다. 그 환관들 중에 '조등'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인품이 좋지 못했음에도 황제는 이 사람을 중용했고 그의 말만 들었다. 조등이 비행을 저질러서 누가 이를 고변하면, 황제는 오히려 고변한 사람에게 벌을 주었다. 조등을 중용하지 말라고 누가 간언하면, 황제는 간언하는 사람을 좌천시키면서 오히려 조등을 더욱더 중용하였다. 그러니 조등은 기고만장하였고 황제 주위에는 아첨꾼만 모였으며, 매관매직이 극성을 부렸다. 조등은 돈을 긁어모았다. 그의 양아들 조숭은 돈으로 태위(국방장관)의 자리를 사들였는데, 그가 지불한 돈은 시세의 열 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조숭의 아들이 바로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인 조조다. 공식적으로 한나라는 조조의 아들에 의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인사에 있어서 불통이 그동안 수없이 거론되었고 이번 사건에서도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왠지 언론은 무게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도대체 박 대통령은 왜 윤창중 전 대변인과 같은 저질 인물을 그렇게 싸고돌았을까?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박 대통령이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글을 애독하였다고 하는데, 박정희 독재에 대한 찬양,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칭찬, 야당에 대한 독설 등으로 도배된 것들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이런 것들에 너무 미혹되었던 것 같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바로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 정치의 요체요, 정치 리더의 핵심 자질이다. 인사가 만사임을 여실히 보이는 사례로 중국 한(漢)나라의 시조인 유방의 용인술이 자주 인용된다.

중국 대륙을 통일한 많은 황제들 중에서 천민 출신은 딱 두 명인데 유방과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바로 그들이다. 유방은 젊었을 때 시골 면사무소의 사환이었다고 하지만 그건 명색이고 사실은 시골 동네 주먹들과 어울려 다니는 건달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으며, 교양이나 예의범절도 없는 욕쟁이요 바람둥이였다. 중국 대륙을 통일한 황제에게는 역사가들이 칭송을 늘어놓기 마련인데, 유방의 못된 버릇이나 저질 욕설과 바람기는 역사가들조차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심했던 모양이다.

그런 형편없는 인물이 어떻게 그 넓은 중국 대륙을 통일하는 위업을 이루었을까? 그의 회고담에 그 비결이 담겨 있다. "나는 책략에 있어서는 장량보다 못하고, 군대를 움직임에는 한신보다 못하며, 나라 살림을 꾸려나감에는 소하보다 못하다. 그러나 나는 이 세 사람을 부릴 수 있었다." 이 세 사람이 누구인가. 중국의 긴 역사를 통해서 장량은 제갈량, 조조와 함께 유명한 책사로 꼽히고, 한신은 손무와 함께 명장 중의 명장으로 꼽히며, 소하는 명재상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비록 유방 그 자신은 별 볼 일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런 걸출한 인물들을 알아보고 신뢰하였으며, 이들의 말을 잘 들었기 때문에 대업을 이룰 수가 있었다.

원래 한신은 유방의 라이벌이었던 항우의 수하에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항우는 한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항우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공부도 많이 하였고 총명하였으며 뚜렷한 정치철학을 가진 정의의 사나이였고 게다가 힘도 장사였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춘 영웅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한 가지 흠이 있다. '남을 얕본다'는 것이다. 항우는 한신을 얕보다가 그를 유방에게 뺏겼고, 이것이 최후의 결전에서 항우가 유방에게 패배한 결정적이 요인이 되었다. 결국, 항우는 용인술에 있어서 유방에게 뒤졌기 때문에 결국 나라를 유방에게 바치고 말았다.

한 번 더 강조하건데, 사람을 잘 알아보고 잘 쓰는 것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인사 시스템을 바꾸어 보겠다고 말했지만, 이 사건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이상한 인사 스타일이 과연 시스템으로 얼마나 보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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