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긴급현안질문 오후 질의에서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와 관련한 공방을 이어 갔다. 여당에서는 채 전 총장의 개인적 도덕성 문제 외에 정치적 중립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 문제'라는 고백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오전에 이어 청와대 전현직 관료가 개입된 '채동욱 찍어내기'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며 관련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 뿐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의지가 있었는지"를 문제삼겠다고 밝히고 "검찰조직을 사조직처럼 이용했던 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채 전 총장의 자질,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의무를 지킬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으로 인한 '검란' 사태 당시 채동욱 당시 대검 차장이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간부들과 함께 총장실로 가 퇴진을 요구했다고 알려진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김 의원은 "원세훈 사건에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혐의로 송치한다. 이때 총장이 지휘해 공안부에서 배당받았고, 한상대 총장을 쫓아낼 때 대검에 있던 윤석렬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앉히면서 수사를 한다"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채 전 총장은) 총장으로 있으면서 무혐의 송치받은 사건을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수서경찰서가 송치 이후 추가로 밝힌 정보가 있나"라며 "손바닥 뒤집듯이 결과를 뒤집어 버린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그러나 채 전 총장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이 '총장 자격이 없다'는 말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그밖에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반발해 '채동욱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며 사표를 낸 경우를 거론하며 "언론을 활용하고, 검사들을 사조직, 부하처럼 활용한다"며 채 전 총장의 자질을 집요하게 비판했다.
박범계 "곽상도가 '채동욱 날린다'고 얘기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반면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과 그 결과 발표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채 전 총장이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이 이상 강력한 방법이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채 전 총장이 이미 할 수 있는 방안을 적절히 강구했는데 꼭 감찰에 나서야 했냐는 지적이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 "여러 방법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은 모든 법조인이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제가 제 입으로 '어떤 방법이 있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여당 의원들도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권성동 의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설명의 태도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또 오전에 이뤄진 신경민 의원의 폭로(☞관련기사 보기)에 이어, 채 전 총장의 사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박 의원은 "9월 4일 강남역 '○○스시'에서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15명의 인수위 전문분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당시 통음(痛飮)하고, 곽 전 수석이 '채동욱 날린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제보 내용을 밝혔다. 황 장관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 법무부의 감찰 결과에 대해 "사실관계 확정을 불충분한 증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는 것이 혼외 자식이 있다는 말과 등치되느냐"는 취지로 황 장관을 몰아세웠다. 황 장관은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서도 박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그 증거가 무엇인지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오후 추가질의를 통해 '검찰이 원세훈 사건에서 CCTV를 조작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황 장관이 보인 태도를 지적하며 "검찰이 (조작한 일이 없다고) 디지털포레식 분석을 의뢰하고 있는데, 검찰을 지휘하는 장관이 검찰을 못 믿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황 장관은 "검찰의 입장을 신뢰한다"고 진화했다.
신 의원은 또 "김학의 전 법무차관 때에는 왜 (채동욱 총장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라며 "6개월 만에 왜 전혀 다른 잣대를 대는지 알 수 없다. 김학의는 권력에 순종했고 채동욱은 전혀 반대의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 "김 전 차관도 사표 제출했을 때 바로 인사권자에게 보냈고, 채 전 총장 때도 똑같이 했다"고 답변했다. 두 사건에 대한 대응이 다른 이유를 설명할 책임을 청와대에 미룬 것이다.
與 '채동욱-女정치인 부적절관계' 발언 이어 "범죄자와 종북세력이 기뻐해"
한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오후 추가 질의에서도 "채동욱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생활과 관련된 도덕성 문제"라며 "이제 좀 그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흔들린다면 좋아할 만한 것은 범죄자들 뿐"이라고 야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김 의원은 "북한과 종북세력이 위축된 분위기를 활용하는 소재로 (채 전 총장 사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오후 추가 질의에서 "<홍길동전>이 생각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며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에 비중을 실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대정부질문의) 취지를 망각하고, 동료 의원을 공격하고 모욕하고 개인 명예를 짓밟으려 하는 것은 국회 전체를 모욕한 것이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확인되지도 않은 염문설이나 뿌리는 게 국회의원이 할 일인지 심히 의문이고, 국민이 그런 것을 궁금해 할 거라 생각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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