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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할로윈 의상이 보여준 '낙인찍기' 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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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할로윈 의상이 보여준 '낙인찍기' 상업화

[진단]정신건강을 '차별대우'할 속성으로 치부하는 사회

미국 월마트 계열의 영국 대형유통업체 아스다와 영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테스코가 할로윈 용 '정신병자 코스프레' 의류를 판매하다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부추기'라는 거센 비난 속에 판매가 중단된 사건이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간) <CNN>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의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영국의 유통업체들이 비난이 쏟아지자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판매가 중단된 의류는 아스다의 '정신병자 변장 의상'과 테스코의 '정신병동 의상'이다.

'정신병자 변장 의상'은 피범벅이된 흰색 상의에 '푸주칼'을 위협적으로 들고 있는 남자 모습이며, '정신병동 의상'은 영화 <양들의 침묵>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한니발 렉터처럼 마스크와 상하가 붙은 환자복을 입은 채 위협적인 자세로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판매가는 한국 돈으로 3만원에서 3만5000원 정도다.

▲ 아스다의 '정신병자 변장 의상'과 테스코의 '정신병동 의상'.

비난 여론 확산에 판매 중단

여론의 비난이 심상치 않자 아스다는 성명을 내고 "용납할 수 없는 실수이며, 즉각 상품을 철수시켰다"면서 사과와 조치를 취했다. 테스코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판매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아스다는 '속죄의 일환'으로 정신건강 관련 단체에 기부금을 내겠다고 했다. 아스다가 기부금을 내겠다고 지정한 정신건강재단 '마인드'는 유통업체들의 즉각적인 철회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일반적인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사업 방식이 존재한다는 게 곤혹스럽다"면서 "문제가 된 의상들은 사업자들이 얼마나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마인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낙인찍기와 차별을 피하기 위해 아스다와 테스코를 포함한 여러 사업자들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정신질환자를 불쾌하게 묘사한 의상을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인드 등 일부 단체들이 주도하는 '변화할 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앨러스테어 캠밸은 <가디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신병자 의상'이 왜 문제가 되는지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다음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정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캠벨이 쓴 기고문 '정신질환자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 보여준 변장 의상('Mental patient' fancy dress shows how deep offensive stereotypes go in society)'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편견과 고정관념 상업화, 낙인찍기 강화"

아스다, 테스코, 아마존이 판매한 '정신질환자 변장 의상' 사건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됐는지 보여준다. 그냥 즐기면 될 일이지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도 즐길 만한 것이 아니다. 참을 수 없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상업화하고 낙인찍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아스다가 판매한 의상은 가장 불쾌감을 주었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폭력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통념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은 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보다 희생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유명기업의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이따위 상품을 기획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상품을 얼마나 불쾌하게 느낄 지 몰랐다니 믿기 어렵다.

다행히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 제품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아스다와 테스코가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아마존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하기는 좀 더 어렵겠지만, 아마존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질환 자체의 증세는 견딜 만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이라고 한다.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직장 상사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상황이 힘들다는 것이다.


"침묵해야 하는 게 더 큰 고통"

이것이 바로 낙인찍기의 침묵을 강요하는 효과다. 천식환자나 당뇨병 환자가 이런 식의 상황을 겪는다고 생각해보라. 또는 유통체인점들이 암환자가 겪는 증세를 묘사하는 의상을 팔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정신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과 전혀 다르게 취급되고 있다.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상당히 더딘 편이다. 언제가 의아해 하며 돌이켜볼 날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우울증이 그냥 자발적인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했다거나,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폭력적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는지 믿기 어려워할 날이 올 것이다.

변화가 이뤄지려면, 정신 건강은 우리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정신건강도 육체적 건강처럼 다뤄지도록 사회적인 인식과 권리를 위한 법적 정비가 따라줘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런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계속 무너뜨려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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