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원내 투쟁'을 선언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때 아닌 국회선진화법 논란이 여당 발(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여당이 선진화법에 대한 위헌성 검토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야당이 선진화법을 무기로 삼는 것에 대한 선제적 정치공세로 풀이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날치기 본능"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5일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첫 회의에서 "선진화법 후퇴는 국회 후진화 발상"이라며 "난데없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위헌소송까지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참으로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는 "지레 겁먹은 것인지, 아니면 날치기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인지"라고 쏘아붙였다.
전 원내대표는 여당의 선진화법 공세에 대해 "반민주·반서민 입법 강행의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 후진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선진화법을 거론하자 "(이 법은) 새누리당 작년 총선 공약이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선진화법이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다. 연일 공약 뒤집기로 일관하더니 뒤집기가 새누리당의 특기가 된 모양"(이언주 원내대변인)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었다.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때리기는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선진화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줄줄이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23~24일 연이틀 "선진화법을 국정 발목잡기에 이용한다면 야당은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직면할 것이고 선진화법의 수명도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우리를 다수당으로 선택한 국민의 뜻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진화법은 그야말로 선진화된 정치문화 속에서 꽃피울 수 있는 것"이라고 했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허락 없이 국회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을 선진화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선진화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이 있다"고 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의 논평은 여기에 정점을 찍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선진화법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포함된 다수결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다"며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때 '국회 재적의원 3/5(180명) 이상의 찬성'을 명시한 국회법 조항은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본회의 의결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9조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의 선진화법 개선이니, 위헌성 검토니 하는 말은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회에서 개정 입법을 하려면 국회법 개정안 역시 선진화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위헌성 검토가 위헌법률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지만, 위헌법률심판은 법원만이 제기할 수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헌법소원을 낼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153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 비쳐지게 되고, 나아가 국회가 스스로 한 입법에 대해 '위헌이니 고쳐 달라'고 사법부에 읍소하는 모양새가 돼 정치적 부담이 막중하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5일 "선진화법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입법) 그 후에 국회에서는 몸싸움이 사라졌다"며 "여야가 이 법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수위 조절'을 시킨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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