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정원 개혁입법…결국 열쇠는 박근혜 손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정원 개혁입법…결국 열쇠는 박근혜 손에?

[국정원 개혁] 야당 발의안들 쌓여가지만…여당 "국회가 하는 것 부적절"

올 상반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 사태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국회 차원의 입법을 통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야권은 앞다퉈 입법안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은 9월 2주 중 당 차원의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당과 청와대는 '국정원 셀프 개혁'을 고수하고 있다.

야권, 한목소리로 "국정원 수사권 폐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총 6개다. 법안 전체를 뜯어고치는 '전부개정안'은 공교롭게도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각각 1개씩을 발의해 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출된 것은 지난 5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정의당은 현재의 국정원을 '해외정보원'으로 이름부터 변경하고, 기관의 목적에 정치적 중립, 인권 존중, 법률 준수 의무를 포함시켰다. 정의당 및 민주당 소속 의원 19명이 이 법안에 서명했다.

정의당의 법안은 국정원의 직무를 '국외정보 수집, 작성, 배포'로 한정하고 있다. 범죄 수사 등의 권한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 정보위원회의 요청시 감사원이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점과,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 감청을 한 경우 그 내역을 6개월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점도 이 법안의 특색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의원의 서명을 모은 것은 지난 6월 27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이다. 이 법안에는 진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45명이 서명했다. 법안은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개칭하고, 국정원의 기존 업무에서 범죄수사 권한과 국가 전체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또 국회 정보위원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국정원의 시설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고, 국정원장이 직무집행 도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한 것 역시 특징이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부개정안은 지난달 7일 국회에 접수됐고, 의원 서명은 11명을 받았다. 통합진보당 안은 △국정원이 가진 비밀의 생산, 보호, 해제 등 비밀관리 실태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국정원 내 임기가 보장되는 '감사관' 직을 신설해 국정원 내부에서 감찰 활동을 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 차별점이다.

야3당이 발의한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공통 내용은 '수사권 폐지'다. 정보는 국정원이 얻었더라도 수사는 검찰에 넘기라는 것이다. 국내정보 수집 기능은 정의당 및 통합진보당 안(案)에서는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했고, '진성준 안'에서는 '국가 안보와 남북통일을 위한 국내 보안정보' 즉 대공, 정부 전복, 방첩 관련 분야의 정보만 제한적으로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이나 형사소송법에 근거가 없는 통신감청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도록 한 내용과, 국정원 및 원장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 대통령이 국정원에 업무를 지시할 경우 반드시 문서로 기록을 남기고 이를 보존하도록 한 것도 야3당의 입법안 공통 내용이다.

민주당 당론 발표, 언제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법안 역시 나름의 함의는 있으나, 사실상 국회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127명의 의원을 동원할 수 있고 원내교섭단체로서 여당과 조직적 협상을 할 수 있는 민주당의 안이다. 민주당은 진성준 의원의 전부개정안과 박영선 의원, 이원욱 의원,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일부개정안들을 조정해 하나의 당론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당 정책위에서 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의 국정원법 일부개정안은 '대공 분야를 제외한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수사권 일부를 유지시켜 준다는 얘기다. 그 외에 기존 법률에 있던 정치관여죄의 형량 강화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조한 부분, 위법한 명령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불복종 의무를 신설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원욱 의원의 일부개정안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행위에 대해 국정원 직원의 공익신고를 의무화하고, 공익신고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신고를 하지 않거나, 다른 직원의 신고를 방해한 자는 처벌하도록 했다.

9일 현재 민주당 당론 차원의 국정원 개혁안은 실무 차원에서는 점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9월 2주 중 국정원 개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위의 '준비'가 완료되더라도 최고위원회의 보고에 이어 정책의총에서 이를 당론으로 확정짓는 절차가 남아 있는데다 9월 3주가 추석연휴 기간인 만큼, 추석 이후로 시기를 조정하자는 의견도 당 내에는 있다.

국가정보원법 외에도 '국가정보원 직원법', '증언 및 감정에 대한 법률', '형사소송법' 등 국정원 관련 법안에 대한 개혁 입법 시도도 있다. 민주당 민병두, 박영선, 변재일 의원은 각각 국정원 직원의 비밀 엄수 의무를 증언 등 공익 목적을 위해서는 완화하도록 하거나, 국정원 직원 대상 징계의 시효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 직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법, 국정원 직원법 외에도 국정원장의 증언거부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비밀에 해당하는 물건의 압수 거부 요건을 '전시, 사변'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이른바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으로 묶어 발표했다.

'국정원 셀프 개혁'…청와대는 제자리, 여당은 뒷걸음질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어 가져오는 것이 우선'이라며 '셀프 개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에서 자체적인 개혁안을 확실하게 만들어 오면, 그걸 가지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건지 안 된 건지 심사해서 차제에 확실한 개혁을 이루어야 된다는 것이 우리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못박았다. '우리 여권의 공통 인식'이란 표현이 눈길을 끈다.

최 원내대표는 "현행 국정원법이 김대중 정권 시절 만들어진 이후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법적으로 문제라기보다는 실제 운영상의 문제"라며 "실제로 운영을 가장 잘 아는 쪽"이 개혁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그 조직, 인원, 예산, 또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개혁하자고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지난번 국정조사 같이 정치공방만 벌이지 아무런 성과를 낼 수가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나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했다. 6월 24일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나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8일에는 "국정원은 본연의 업무인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었다.

국정원 대변인은 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지시 후 바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고, 외부 전문가들도 위촉해 심도 있게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개혁 방안이 언제쯤 마련될지, 어떤 내용이 주요 골자인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은 대통령이 '셀프 개혁' 지시를 내놓은 지 2달을 막 넘긴 시점이었다.

'이석기 사태' 후 그나마 있던 새누리당 내의 개혁적 목소리들이 후퇴하는 조짐도 보인다. 앞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원 국내 파트를 북한과 국내 등 두 가지로 다시 분리해 재정비해야 한다. 북한과 관계없는 국내 파트는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맞다"거나 "국정원의 기관출입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근 이같은 기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정치권에 종북세력이 있다면 국내정치 파트를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7월 4일)고 했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강경파들만 기세를 올리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국내에 '종북 세력'이 있다면 이는 국정원 업무 대상이 된다는 시각이 존재했던 만큼, '이석기 정국'은 이같은 보수 강경파들의 결집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9일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나와 "이석기 의원 사태 이후 국정원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는데, 지금 운행 중에 갑자기 국정원을 뭘 어떻게 하자, 무슨 국정원장을 바꾸자 (야당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자체도 무리가 있다"고 했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 야당이 준비한 입법안들이 그저 사장될 위험도 있는 셈이다. 앞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같은 '공통 인식'을 대변했던 '우리 여권'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은 야당이 지속적으로 여야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