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대표 배영호, 배상면 창업자의 아들)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막무가내식 밀어내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미 썩어 판매할 수 없는 술을 대리점주에게 강매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천 부평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 모(44) 씨는 14일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 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는 못 견디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 씨는 배상면주가에 1억2500만 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 채무를 지고 있다.
이 씨는 배상면주가가 생막걸리를 출시한 지난 2010년, 유통을 위한 냉동탑차 3대를 6000만 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본사는 판매가 부진하다며 출시 8개월 만에 해당 막걸리 생산을 중단했다.
친척 송 모(41) 씨는 장례식장에서 이 씨의 집을 방문하면 베란다에 쌓아 놓은 막걸리가 10상자(200병)씩은 꼭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용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다른 술과 달리 채 열흘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에 썩은 술을 강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대리점을 인수한 지난 2010년 유통기한이 이미 1년 지나 상한 술 2000병을 300여만 원에 떠안았다고 YTN이 보도했다. 이 술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 제품으로, YTN 취재진 확인 당시 술병 안에는 썩은 부유물이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면주가의 다른 대리점주들도 밀어내기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피해 대리점주는 배상면주가가 일일 출고량에 따라 지역별로 막걸리 1600~2000병가량을 밀어내고, 냉동탑차 구매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생산이 중단된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 실적이 부진한 경우 반품조차 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2008년부터 돈이 입금되는 만큼만 물량을 주는 '선입금 후출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밀어내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이 씨의 자살은 매출 하락에 따른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 야당, 시민사회가 배상면주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보정의당,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전국대리점협의회 연합회 준비모임 등은 이 씨의 유족과 함께 16일 배상면주가 진상규명대책모임을 구성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배상면주가의 위법 행위를 따져 고소·고발을 추진한다.
편의점주 자살 사건,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 남양유업 욕설 사건 등을 거치며 구성된 각종 중소상인 관련 단체들도 공동의 요구를 모은다. 남양유업 대리점과 농심 대리점, 전국편의점가맹점주단체협의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21일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협의회'를 발족한다.
아울러 이번 배상면주가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삼산경찰서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본사 운영 시스템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위법한 불공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책임자를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