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주재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통신사 등 26개 언론사 논설실장과 해설위원실장을 초청 대상으로 했다. <프레시안>을 포함한 인터넷신문은 '논설실장' 직함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초청 대상이 아니었고, 지역신문, 전문지 등도 제외됐다.
논설실장은 언론사의 사조를 결정하는 사설을 쓰는 자리로, 오랜 경륜을 가진 기자들 중에서 각 사가 선발한다. 하지만 '베테랑 기자' 스무 명이 넘게 모인 자리에서, 최대 현안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나 'NLL 대화록' 논란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 질문도 답변도 없었던 셈. 박 대통령이 지시한 '국정원 셀프 개혁'의 진의를 묻는 질문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 이후 '혹시 특정 주제에 대한 질문을 삼가 달라고 한 것은 아닌가?'라는 <프레시안> 기자의 물음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며 "특정 주제 거론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논설실장들에게) 어떻게 하나? 그랬다간 당장 기사가 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실종 사태'라고나 이름붙일 이 기묘한 행사가 열린 날, 국정원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은 이미 개혁을 잘 추진하고 있으며,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국가를 위한 충정"이었다고 강변했다. (☞관련기사 보기)
朴 "경제민주화, '오버'하면 안돼…누구 벌 주는 게 경제민주화 아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박근혜 정부 경제팀에 대한 평가 등의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항상 잊어버리지 않아야 이게 과잉되거나 왜곡되지 않는다"며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어느 한 세력은 벌을 받아야 된다고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것은 어떤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내가 땀 흘려서 노력하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고 그만한 보람과 보상을 받을 수가 있다'고 느끼는 그게 실현되는 나라가 되어야 된다"며 "거기에 충실하다고 하면 포퓰리즘적으로 과잉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경제민주화 입법 상황과 관련해서는 "중요 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에 통과가 됐다. 그래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며 "중요한 것은 (입법) 정신에 맞게, 너무 오버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으로 잘 실천해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점수를 A, B, C 중 하나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는 "지금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며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체감이 안 되는 그런 것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장을 계속 점검해 가면서 국민 눈높이, 체감 위주로 실천해 나가면 하반기로 가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그런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아닐 수가 있다. 사람이 하다 보면 최선을 다 해도…"라는 미묘한 발언도 나왔다. "신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그 속을 속속들이 다 보고 할 수는 없다"는 것. 정무수석 등 아직 공석인 인사에 대해서는 "그것도 지금 찾고 있다. 조만간 될 것"이라고만 했다.
"북한만 존엄 있나? 우리도 있다"
'대북정책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좋지만, 비공개 접촉도 필요하지 않은지?'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물론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며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상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관계 증진을 위해서"라고 비공개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데 지금은 아직은 그런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개성공단 같은 부분에서부터 뭔가 신뢰가 쌓여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야 한 발 한 발 나가면서 그런 융통성 있는 다른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 지금은 기본적인 신뢰 쌓는 데도 지금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
그는 또 "신뢰를 서로 쌓아가기 위해서 말을 서로 우선 조심해야 될 필요가 있다. 외교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우선 말이잖느냐"며 "(북한은) '존엄'이 어떻다고 하면서 우리가 옮기기도 힘든 말을 하는데, 존엄은 그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존엄은 있는 것"이라고 북한의 거친 언사를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중앙일간지 및 방송사 등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
"'한반도 비핵화' 표현은 中 배려…시진핑도 '북핵 안 된다' 했다"
외교 관계에 대한 대화에서는 지난 국빈방문 당시 만난 중국 국가지도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일부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문제에 관해 어떤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된 것을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중국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배려해서 그렇게 표현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나 이런 분들 만나서 (나눈 대화에서) 핵 문제가 나올 때 그 분들 생각이 단호했다. '절대 핵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리 총리 같은 분은 이런 얘기도 있었다. '핵실험을 해 가지고 압록강 쪽에 수질 검사를 하니까 굉장히 나빠졌다. 이건 주민들한테도 참 해가 되는 거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북핵 불용'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했다는 근거에 대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 중국 지도부에서 아주 지지하는 표명을 했다.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 도발은 절대 용납하지 않으나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인도적인 지원 같은 것은 정치 상황에 관계없이 (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분명히 내용을 알고 중국 지도부에서도 그것을 확실하게 지지했다"고 했다.
일본과의 정상회담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일본하고도 회담을 하고 그래야 되겠다. 그걸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상회담 등 중요한 회담을 할 때는 그게 두 나라 관계 발전에 더 좋은 쪽으로 가야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며 현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하니만 못하는 결과가 되면 참 모두가 힘 빠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일본은 계속 독도 문제며 위안부 문제며 계속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그런 데 대해서 뭔가 좀 미래지향적으로 가겠다는 것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하더라도 해야지, '어쨌든 정상회담 하자'(해서) '정상회담을 위한 정상회담'을 했는데 끝나자마자 또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이게 그대로 나오게 되면, '그 정상회담은 또 왜 했느냐, 관계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하는 식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한국인 사망 없어 다행' 앵커,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 한편 박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항공기 추락 사고로 중국 미성년 여성 2명이 숨진 데 대해 한 케이블방송 앵커가 '한국인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직접 이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몸에 주는 상처보다 마음에 주는 상처가 더 오래 가고 치유하기 어렵다"며 "한중 국민 사이에도 우호적인 관계가 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이번에 앵커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런 사고방식이 있을 수 있는지"라고 격분을 토했다. 그는 "그 한 마디로 그 동안 한국 국민에 대해서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 다 사라질 판이 돼버렸다"며 "이런 식으로 돼서는 상처가 너무 크다. 이번에 얼마나 중국 국민한테 상처를 많이 줬겠나? 입장 바꿔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도 "아까도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앵커가 그렇게 말을 잘 못해서 두 나라의 좋은 감정이 식어버리는 예를 말씀드렸지만…"이라고 '확인 사살'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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