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작년엔 노무현 구상 "논의할 수 있다"더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작년엔 노무현 구상 "논의할 수 있다"더니…

남재준 초유의 행동 사실상 사후 추인한 朴대통령

청와대는 사상 초유의 정상외교 비공개 회담 기록 전문 공개라는 국가정보원의 돌발 행동에 대해 이틀째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청와대는 25일 회담 기록 공개에 대해 실명이든 익명이든 어떤 논평도 거부했다. '청와대와 무관한 일이며, 국정원이 알아서 한 일인 만큼 책임도 국정원에 있다'는 것이 그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었다.

전날 김행 대변인은 '국정원의 정상회담 기록 공개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허태열 비서실장도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정원의 '발췌록 열람' 사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라는 면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단독 행동'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은 많은 의문을 사고 있다. 국정원의 존립 근거인 '국가정보원법'은 2조에서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정치인도 아닌 군인 출신인 남 원장이, 막대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의심이 야권과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이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한 말이 'NLL 포기'라는 여당 및 보수층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회담록에 담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놀랄 만한' 일이라는 인식을 보이거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라는 등의 반응까지 들린다.

특히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청와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말 자체만 놓고 보면 별 내용이 아니지만, 발언 시점과 정치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달라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지키다 순국한 아들을 가슴에 묻는 유가족에 대못을 박았다"(김기현 정책위의장)는 여당의 색깔론 공세와 묘한 공명이 있다. 특히 남재준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박 대통령이 사후 추인한 듯한 인상까지 남긴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이 'NLL 포기'라는 여당의 주장은 대화록 전문(全文)을 보면 알 수 있는 전체 대화 맥락을 왜곡한 것일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도 상반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간 합의에 '서해에서 기존의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 남북 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설정 방안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었다.

무엇보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을 진 청와대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국정원의 이번 대화록 공개 결정이 향후 남북관계나 정상외교 행보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보수층에서조차 나오고 있는데도, '우리와는 무관하며 국정원이 책임질 일'이라고 선을 긋거나 나아가 은근히 국정원의 편을 드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고도의 정치집단인 청와대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