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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쇼크', 제2의 거품 부르나?

[분석] 뉴욕 증시 이틀째 폭락…국내 금융시장도 공포

'버냉키 후폭풍'이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벤 버냉키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채권 매입 형태로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던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올 하반기부터 축소하고 내년 중반쯤에 끝내겠다고 밝힌 '뒤끝'이 작렬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가 이틀째 폭락하고 21일 국내 증시도 이틀째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은 통화가치와 채권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에 공포지수와 국가부도위험 지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흥경제국들은 외국인 자금들이 대거 이탈하는 흐름으로 더욱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버냉키 후폭풍'으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이틀 연속 코스피 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버냉키 후폭풍'에 긴급 경제장관회의 소집

급기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히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면서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부처들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즉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양적완화 축소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번 시장 불안은 오래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버냉키 의장이 미국의 경기회복을 언급하면서 출구전략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시 등장한 미 국채 가격 폭락 시나리오

특히 현 부총리는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를 넘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도 이어지고 있어,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썰물같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양적완화로 극복하려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비관론에 따르면 새로운 금융위기는 미 국채가격 폭락으로 시작된다.

무엇보다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그 언급만으로도 미국의 국채 매입 중단으로 국채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의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신흥국 중앙은행, 전 세계 주요 상업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져올 변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처럼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립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 전문 칼럼니스트 질리언 테트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대변하는 미국의 전직 고위 경제관료 두 사람을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칼럼을 통해 "어쨌든 양적완화의 출구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띠를 조이고 대비할 때"라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연착륙 가능한가

칼럼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채권 매입을 통해 풀어댄 달러는 2조 달러가 넘는다.

낙관론은 "이제부터 국채 등 채권 매입을 중단하면 7~8년 동안 채권 만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동성이 흡수된다"는 것이다.

비행기 착륙에 비유하자면, 추진 동력을 낮추고 중력의 힘으로 서서히 하강하면서 부드럽게 착륙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2008년 이후의 양적완화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취한 정책으로 전대미문의 규모"라는 점에서 '부드럽게 착륙시키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의 통계에 따르면, G7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2008년 이후 공급한 추가 유동성만 10조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은 지금도 매달 100조 원에 가까운 달러를 풀어 국채 등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그 결과 신흥시장에 달러가 대거 유입됐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에만 2008년 이후 외국인 자금이 300조 원이 넘게 들어왔고 그 중에서 미국 자금만 114조 원이 유입됐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1년 사이에 국내 시장에 150조 원이 넘게 빠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던 사례를 들며 이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현재 코스피는 2% 안팎의 하락폭을 보이며 18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양적완화 중단 실천 자체가 힘들 것"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그치도록 관리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부드러운 착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양적완화를 서서히 줄여간다는 것은 1차보다는 크기 않을지 몰라도 2차 자산 거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양적완화 축소를 빠르게 하면 거품이 곧바로 붕괴되지만, 너무 천전히 하면 더욱 거품이 생긴 뒤에 붕괴된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 축소 조치가 국채 가격 하락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서인지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는 아예 '실제로 양적완화 중단은 하지 못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7.6%로 여전히 높고, 게다가 실업률이 상승 반전한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하겠다는 버냉키의 발표는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리언 테트도 "미국에서 양적완화를 향후 7~8년 동안 서서히 줄여나간다는 것은, 대선만 두 번, 중간선거까지 합쳐 8번의 주요 선거를 거치는 동안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전망 역시 미국의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양적완화의 완만한 출구 전략'은 제 2의 거품으로 위기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루비니의 경고와 맞닿아 있다.

(☞관련 기사: 美연준 대변신 "실업률 낮추기에 올인"…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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