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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조세 회피하고도 큰소리 치지 못하게 하려면…"

[해외발언대]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조세협정 구축해야"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불법적 탈세가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사법당국의 의지 부족이라도 탓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합법적 탈세'는 건드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나라, 나아가 국제적 자원을 공짜로 이용하면서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 상당부분에 대해 세계 어디에도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는 애플 등의 사례를 보면, 왜 한 나라 내의 불평등, 나아가 글로벌 불평등이 점점 심각해지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애플은 해외 지적재산권 관리 자회사를 조세회피처에 두고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이 회사에 몰아주는 방법으로 미국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회사 소재지에도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조세회피를 한 혐의로 미 상원 청문회에서 질타를 받았다.

청문회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미국에 내야 할 세금 다 냈다"고 큰소리 치고, 상원의원들은 그 논리에 말려들어 고개를 숙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현행 법 체제에서 애플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없다는 논리에 대항하지 못한 것이다.

(☞관련 기사:
애플, 경이적 규모의 '합법적 탈세' 논란)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제 경제학계의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애플의 사례는 글로벌화된 시대에 맞는 '글로벌 조세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27일 <가디언>에 게재된 스티글리츠 교수의 기고문 '세계화 시대의 기업, 글로벌 세금 회피(Globalisation isn't just about profits. It's about taxes too)'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지난 21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조세회피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추궁에 "내야할 세금 다 냈다"면서 큰소리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내야 마땅한 세금"은 안중에 없는 글로벌 기업들

최근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내야 할 세금 다 냈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을 세상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때 '내야 할 세금'이라는 게 법적으로 부과됐기에 내야할 세금인지, 아니면 '내야 마땅한 세금'인지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시대에 애플 같은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물건을 팔 수 있는 동시에, 세계 어디에도 판매 수익에 대해 세정당국에 신고하지 않을 능력을 갖고 있다.

애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제공하는 자원으로 엄청난 덕을 본 기업이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공제가 되는 기부금으로 지원받는 대학들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 그들의 제품에 기반이 된 세금으로 지원되는 인터넷 같은 기초연구와 개발 같은 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존재할 수도 없었다.

또한 강력한 지적재산권 같은 법적인 보호가 아니면 그들이 번창할 수 없다. 그들은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에게 그들의 제품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기준을 받아들이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정부가 자신들의 뜻에 따르도록 만들었다.

이들 기업들이 찬사를 받을 업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뉴턴이 "거인들의 어깨에 서있기에 가능했다"고 자신의 업적에 대해 겸손하게 말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 거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받은 막대한 혜택에 무료 편승을 하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다. 그들은 응분의 대가를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쇠퇴하는 공공분야, 악화되는 사회 불평등"

공공의 지원이 없다면 미래의 혁신과 성장의 원천은 고갈된다. 사회는 더욱 분열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법인세율이 너무 높아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그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애플이 보여줬듯, 얼마든지 빚을 끌어들여 자금을 댈 수 있다. 배당을 지급해 세금을 내야할 과세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이자비용은 세금 공제 대상이 된다. 빚을 내 투자했다면 자금 조달 비용은 그만큼 상계처리되는 것이다. 법인세율이 높아 투자를 못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애플 같은 기업이 거두는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은 낮고, 주식투자 이득에 대한 과세도 관대하다. 가속상각 같은 기업에게 유리한 특별 감가상각,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 같은 다른 여러 가지 세제 지원도 있다.

이제 국제사회는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조세체제는 엉망이고, 불공정하고, 왜곡돼 있다. 미국, 그리고 영국 같은 서방 선진국들 대부분에서 불평등이 악화되는 데는 이런 부실한 조세체제가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게 된 배경에는 죽어가고 있는 공공분야가 있다. 미국처럼 선진국 중에서 어린이의 기대수명이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에 달려있는 나라가 없다.

세계화로 인해 우리는 상호의존성이 증가하고 있다.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반면 미국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의 일반 노동자들은 거꾸로 세계화의 압력 등에 밀려 실질 임금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근직 남성 노동자의 임금은 40년 전보다 낮아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세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세계화의 혜택은 최대한 누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고용, 판매, 자본재를 기준으로 과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조세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애플처럼 부가가치가 주로 지적재산권 형태로 생성되는 기업들은 훨씬 쉽게 세제를 빠져나갈 여지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업이 거두는 수익에 대해 국제적인 조세협정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런 체제가 없으면 어떤 나라가 공정한 과세를 하겠다고 나서다가, 기업들로부터 공장과 일자리 기회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식으로 '처벌'을 받게된다.

"현행법 자체가 기업 로비에 자유롭지 않다"

다국적 기업에 과세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조세회피자에게 수익을 빼돌리고 돈세탁을 할 공간을 제공하는 조세회피처 등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구글은 그저 현행 조세제도를 이용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쉽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현행 조세제도 자체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국적 기업들의 로비가 작용한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항들을 신설하기 위해 로비를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 빼돌린 돈을 고국으로 가져와 투자에 쓴다는 약속를 하는 대가로 특별히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사면 조항'을 얻어냈다.

애플과 구글이 세계화가 제공하는 기회를 상징한다면, 그들의 조세회피 태도는 조세제도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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