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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사건' 의혹이 보여준 과학계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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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우석 사건' 의혹이 보여준 과학계의 속살

"최고 학술지와 과학자 모두 '시장논리'에 매몰"

지난 15일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에 '치료용 줄기세포'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는 등 과장된 의미까지 부여한 보도가 쏟아졌으나, 불과 열흘도 안돼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관련 기사: "치료용 줄기세포, 기술종교적 환상")

이 연구는 사람의 피부세포를 가지고 자신의 유전자가 그대로 복제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이런 배아가 실제로 만들어졌다면 이론적으로 좀더 복잡한 기술을 적용해 계속 자라게 하면 그대로 복제인간이 될 수 있는 실험이다.

이 연구결과는 줄기세포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학술지 <셀>에 게재됐다. 하지만 미국의 논문 진실성 검증 사이트 '펍피어닷컴(Pubpeer.com)'에 한 세포생물학 연구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연구 결과물이 의심받고 있다.

▲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오리건대 교수. ⓒ오리건대

"복사된 사진, 데이터 일부 오류 확인"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문제의 논문에서 같은 사진이 반복해서 사용되고, 데이터도 조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들이 다수 확인됐다. 오리건 연구팀도 공식적으로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시인했다.

다만 연구팀에서는 "사소한 잘못이 있었을 뿐"이라면서 실제로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셀> 측에서도 성명을 내고 "논문에 몇 가지 사소한 오류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논문의 과학적 성과물 자체에 영향을 주는 오류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물의 성과가 부정되는 상황이 아니어도 <셀>이 문제의 논문을 성급히 게재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논문을 게재한다는 <셀>의 권위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만에 철저한 피어 리뷰?"

이미 학계에서는 <셀>이 지난 4월30일 문제의 논문 원고를 받아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받는 '피어 리뷰'라는 표준적인 과정을 거치기는 했는데 불과 3일만에 끝냈다는 점에서 '부실한 검증'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로이터>는 "우리는 이 논문을 왜 이렇게 서둘러 게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셀> 측에 제기했다"면서 "당시 <셀>의 대변인 메리 베스 오리어리는 '엄격한 피어 리뷰와 검열을 거쳐 게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 토론토 마운트시나이 병원 세포생물학자 짐 우드겟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3일은 검증이 불가능할 정도로 촉박한 기간"이라면서 "이렇게 서둘러 원고를 받아 검토하고, 수정하고, 게재됐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리건 연구팀은 "논문의 오류는 연구나 데이터 자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편집 실수"라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시험관에서 배양된 줄기세포 사진이라는 설명에 '복제 줄기세포' 사진이 복사돼 붙어있는 등의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오류들이 단순한 실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줄기세포 연구가 과거 한국의 '황우석 사건'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우석 사건 떠올리게 만든 <셀>이 더 문제"

<로이터>는 "지난 2004년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리건 연구팀과 같은 방법으로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었으나, 논문 조작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때문에 대부분의 과학자들의 분노는 오리건 연구팀에 대해서보다 <셀>쪽으로 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이라는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가 왜 '부실한 검증' 논란을 빚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로이터>는 "과학 저널들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핫'한 논문들을 먼저 게재하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것은 곧 구독과 광고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거꾸로 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이 주목받을 만한 것이라면, 가장 빨리 실어줄 저널을 찾아다니기도 한다는 것. 결국 과학계도 '시장 논리'에 오염된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오리건 연구팀을 이끈 미탈리포프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최종 평가를 하는 6월 모임에 앞서 <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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