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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두꺼운 코트 안에 셔츠만 입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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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두꺼운 코트 안에 셔츠만 입은 느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강경노선으로 굳어지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억지와 처벌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평화재단은 '한반도 안정화, 한미정상회담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동대 김준형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북 '억지'에 강조점이 찍혔다고 평가했다.

▲ 평화재단은 14일 '한반도 안정화, 한미정상회담부터가 시작이다'를 주제로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성기영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연구교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평화재단

김 교수는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이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표방하고 있는 '대북억지'와 '남북대화'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박근혜정부는 스스로 조정을 통해 이 부분을 미국과 타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단호한 원칙론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박근혜정부가 이러한 미국의 입장과 신뢰프로세스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미국 방송 CBS와 인터뷰에서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용납하지 않으며 비핵화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대화보다는 단호한 원칙론이 부각되기도 했다. 결국 박근혜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며 성공적이라고 자평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뜻을 미국이 지지했다기보다는 미국의 뜻에 한국이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평가다.

▲ 김준형 한동대 교수 ⓒ평화재단
김 교수는 박근혜정부에서 동북아 다자협력구상으로 내놓은 '서울 프로세스' 역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원론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뢰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서울프로세스에서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 수 있는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 프로세스 자체가 북한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기구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없이 서울프로세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성공하려면 북한 핵과 군사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성기영 연구교수도 서울 프로세스에 대해 "바람 부는 날 잘 차려진 코트를 두껍게 입었다는 느낌은 드는데 정작 안에는 와이셔츠만 달랑 입은 느낌"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이 결여된 서울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반도 위기, 한국이 나서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풀기 위해 무엇보다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실장은 북한과 미국이 근본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한국이 미국·중국과 협력하고 남북접촉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부드럽게 전환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기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 속에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역할론이 한계가 있다는 것도 한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김준형 교수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이 중국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중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커지긴 했지만 중국의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면서 중국이 현 상황에서 안보 위기를 해소시킬 이른바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기영 교수는 북핵문제의 해결 틀로 거론되는 4자회담, 6자회담에서의 한국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회담은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와 같다. 이 차를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점프 케이블이 필요한데 미국과 중국의 케이블은 녹이 슬어서 잘 움직이지 못한다. 한국이 준비해야 한다"며 "이 작업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평화재단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창수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등전략'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1968, 69년에 휴전 이후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가장 강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이 시기에 평화통일구상을 선언했다면서 "긴장 완화의 상태를 거쳐 평화통일을 달성하겠다는 당시의 구상은 이후 역대 한국정부 통일 정책의 골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청와대가 남북관계를 "남침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북한에 전쟁하지 말고 어느 체제가 더 잘 살게 할 수 있는가를 경쟁하자고 던져 주는 것이 전쟁억제를 위해 몇십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며 박근혜정부가 북한의 반응에 대응만 하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전략에서 벗어나 이러한 고등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큰 틀에서 접근하고 대화 채널 복원해야

한편 지난 4월 8일 이후로 한 달이 넘도록 운영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남북관계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성기영 교수는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자체를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밝힌 북측 노동자 철수 이유가 "괴뢰패당과 어용언론이 우리 존엄을 무시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로 접근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남북 간 채널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통일연구원 박영호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또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더라도 대화 채널은 있어야 한다"며 "비공개 방식을 통한 남북 간 소통 채널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실장 역시 "현시점에서는 비공개접촉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 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성 주재 기업의) 원부자재 가져오겠다고 말해서 그것을 받아오기는 힘들다"며 "비공개접촉을 통해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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