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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 3D 프린팅 기술 앞에 무너지나?

[분석]"실탄 권총, 가정에서 프린터로 찍어내세요"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실탄이 발사되는 '3D 권총'이 지난 3일 세계 처음으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성공적인 시험발사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발명자는 이 시험발사를 총기 규제 당국의 제조 및 판매 허가를 받은 뒤에 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규제 당국인 미국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은 "미국에서는 개인은 누구나 화기를 만들 수 있고, 제조 및 판매에 승인이 필요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 코디 윌슨이 '해방자'로 명명한 3D 프린터블 권총을 들고 발사 자세를 취하고 있다. ⓒDefencedistiributed

입체 프린팅 기술로 찍어낸 '실탄 권총'

<BBC> 방송에 따르면, '3D 권총'은 실탄이 발사되는 장난감 총처럼 생겼다. 충격을 주는 것은 이 권총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16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설계도를 작성한 뒤 부품을 만들어서 조립한 것인데, 이 부품들이 문자 그대로 '인쇄'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3D 프린터'다. 프린터에는 잉크가 쓰인다. 3D 프린터는 이론적으로 어떠한 물질도 잉크로 쓸 수 있다. 현재는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다.

3D 권총도 ABS 재질의 플라스틱 가루를 잉크처럼 사용한 것이다. 일반적인 프린터는 평면에 인쇄를 하는 대신 3D 프린터는 3차원의 입체 구성물을 공간에 쌓아올리는 기능을 가졌다

3D 권총을 구성하는 16개 부품 중 금속이라고는 주변에 널려있는 못으로 된 공이가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플라스틱인데도 실탄 발사가 가능하다. 금속 재질의 공이를 쓴 것도 금속탐지기에 검색되지 않는 화기를 규제하는 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알려졌다.

"모든 총기 규제 완전 무력화될 날 온다"

인명 살상이 가능한 권총을 3D로 만든 발명자의 발언도 총기규제 강화를 집권 2기 3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발명자 코디 윌슨은 자칭 '비밀 무정부주의자'로 올해 25세의 텍사스대 법대생이며, 지난해 8월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라는 조직까지 만들었다.

자신이 만들어 시험발사까지 한 3D 권총에도 '해방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설계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누구나 설계도를 다운로드 받아서 자유롭게 총기를 보유하라는 것이다.

윌슨은 <BBC> 인터뷰를 통해 "8000달러짜리 중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이 권총을 제작했으며, 군인과 경찰이 갖고 있다면 당신도 가질 수 있다. 인간의 가치는 모두 같다.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접할 수 있게 한 것은 '모두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이 소신을 밝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윌슨은 "나는 국가의 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 내가 법을 따라야 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전세계 곳곳에 화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나라들이 있지만, 더 이상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총기 소지 자유'를 외쳤다.

"폭력 독점한 정부가 시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게 목표"

그는 "기술의 발달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세상"이라면서 "정치인들은 이런 흐름을 더 이상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가디언>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세계적인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정신적으로 같은 부류의 인물로 느낀다면서 "전쟁에 동원되는 모든 끔찍한 무기들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폭력을 독점하는 국가와 정부가 시민들을 두려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총기가 위험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윌슨은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도구, 그게 바로 총"이라면서 "하지만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라고 해서 그것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 규제 운동을 벌이는 진영에서는 3D 권총의 등장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총기 폭력을 규제하는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리어 건 배럿은 "범죄자, 정신이상자, 심지어 어린이 등 총을 가지면 안되는 사람들의 손에 이런 총들이 쥐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폴의 사이버범죄센터의 빅토리아 베인스는 "3D 프린팅 기술이 보다 사용하기 쉽고 가격이 낮춰진다면 범죄자들이 이런 기술로 총기를 대량 생산해서 보유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면서 "기술은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저 범죄자들보다 한걸음 앞서 대처할 능력이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윌슨은 "3D 기술의 발달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총기 규제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과 컴퓨터에 이어 3차 산업혁명 엔진으로 꼽히는 '3D 프린팅 기술'이 생체조직까지 만들어내는 실험단계까지 와있는 상황에서, '3D 권총'의 등장은 곧바로 총기 규제를 차원이 다른 문제로 만드는 현실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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