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독일 총리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통령의 특수한 관계를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된다.
26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슈뢰더 전 총리는 전날 출간된 회고록 '결단 : 나의 정치 인생'에서 미국과 영국의 특수한 관계가 영국과 유럽의 유대를 저해했다면서 그 뒤에 숨은 동기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
슈뢰더 전 총리는 이 회고록에서 "영국의 대미 특수 관계는 유럽에 중심을 둔 이 나라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면서 "영국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희망을 예견하고 이를 유럽 정치 문제에 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블레어 총리의 이같은 입장은 국내 정치적 동기, 미-영 관계를 보수당으로부터 탈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집권 초기에 블레어 총리와 맺은 유대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점에 실망을 표시하기도 했다.
중도좌파적 정책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블레어 총리와 유사성이 많았으며 지난 1999년에는 "유럽 : 제3의 길"이라는 저서를 공동으로 펴내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삼각 관계에 대한 당초의 높은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착각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유럽에 대한 블레어 총리의 입장은 "큰 실망"으로 끝났다고 표현했다.
이 회고록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가까운 장래에 영국은 유럽에 어떠한 모멘텀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와는 정반대로 이 나라는 유럽의 의사결정 과정을 희생하고서라도 대서양 양안의 중재 자 역할을 계속해서 지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이 자체 안보 정책을 마련하려는 시도에 대해 미국이 불쾌하다는 신호를 보내자 영국이 재빨리 이 구상에서 발을 뺀 과정도 상세히 소개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으로 영-독 긴장이 높아진 점을 언급하면서 "영국 총리는 분명 강력한 도덕점 신념를 가진 사람으로 결코 전쟁에 굶주리지는 않았지만 이를 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슈뢰더 전 총리의 회고록이 부시 대통령이 신앙에 바탕을 둔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미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슈뢰더 총리는 부시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국은 유럽의 분열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군사, 무역, 경제적 사안에서 유럽에 대한 '분할통치'를 시도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항상 미국은 이를 위해 미-영 특수 관계에 의존할 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