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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수사, 부당한 이유는…

정부도 "단순 접속은 문제 안돼" 확인, 대리가입도 얼마든지 가능

국제 해커집단 '어노니머스'의 일원이라고 밝힌 인터넷 사용자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다면서 이 사이트 가입자 9001명의 명단을 인터넷상에 공개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사이트 가입이 범죄행위를 구성한다는 판단이 있음을 의미한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대북 수사 전담 부서를 통해 공안수사 기능이 있는 국정원과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가입자들의 활동내역을 추적해 이적성이 있는 활동을 했는지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개된 계정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이 보이는지 살펴보고 나서 혐의가 드러나는 계정이 발견되면 공식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접속자들을 대상으로도 접속 경위와 가입 이유 등을 확인할 것"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전언도 보도됐다.

그러나 수사는 근본적인 두 가지 질문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이 과연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으로 수사 대상이 되냐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도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기는 어렵다"며 "어떤 글을 게시하거나 이적성 문건을 내려받아 배포한다든지 하는 행위가 나와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사이트 가입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계기로 국보법에 저촉되는 활동을 한 부분을 문제삼는 것이라면 회원 명단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기소 때마다 양심의 자유 침해, 국보법 폐지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지금도 하고 있는 통상적 수사 범위 안에 들어 있는 것일 뿐 굳이 해킹이라는 불법행위를 계기로 더 나설 일은 아니다.

또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는 한국민의 행위에 대해 1차적인 관할권을 가진 것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통일부다. 통일부 당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사이트를 방문, 열람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글을 남기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아 대북 접촉을 하는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북한 주민 접촉행위'에 해당한다. 통일부의 승인 없이 북한 주민과 접촉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은 해당 법 시행령에 따르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다. 과태료는 행정벌이지, 형사벌이 아니다. 검찰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

▲'우리 민족끼리' 웹사이트 화면캡쳐(자료사진). 이 사이트는 5일 현재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둘째, 입증 가능성이다. 검찰 스스로 밝혔듯 회원가입 자체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이 사이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추가 수사해야 한다. 통상 이를 위해서는 서버 압수수색을 해야 하나, 사이트 운영자는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조직인 조평통이고 사이트 서버는 중국 선양(瀋陽)에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향을 틀어 가입자들에 대한 수사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즉 인터넷에 공표된 가입자 명단이 진실하다는 전제로, 가입자로 알려진 사람들을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러 놓고 '사이트 가입을 한 것이 맞느냐? 왜 했느냐? 어떤 활동을 했느냐?'라고 물어 보는 식의 수사다.

하지만 수사의 '전제'인 명단의 진실성부터 문제가 된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 관계자가 이 명단이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정보가 맞다고 확인했다는 보도를 냈지만, 국정원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를 부인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확인을 했다 해도 수사 관련 사안은 언론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대변인이 아닌 국정원 직원이 언론에 그런 얘기를 했다면 색출해서 징계할 사안"이라고 했다.

익명의 제보자가, 그것도 인터넷을 통해 제보한 내용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공식 수사에 나서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불법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수사의 근거나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역시 논란거리다.

명단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서 빼낸 것이 맞다고 확인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가입 양식은 명의자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는 란은 아예 없으며, 휴대폰 번호로 본인 인증을 거치지도 않는다. 사이트가 요구하는 자료는 성명, 생년월일, 직업, 전화번호, 주소, 전자우편이 전부다. 인터넷에 흘러나온 명단에 이름이 있다고 해서, 꼭 본인이 가입했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마녀사냥' 도 넘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나 사이트 가입만으로도 국보법 위반이라는 국정원 관계자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 등은 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들은 가입자 회원번호를 '죄수번호'로 묘사하며 신상 털기에 나섰다. 명단에 이름이 있는 사람의 미니홈피 주소, 사진 등을 올리며 '검거 완료'라고 신을 내는 식이다. 명단 가운데 태반의 전자우편 주소가 특정 포털의 것이라면서 해당 포털을 '종북'으로 묘사하거나, 유명인의 이름을 명단에서 찾아내고 '역시…'라며 감탄까지 한다.

애당초 이들에게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년만이라도 확인하는 기본적인 판단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명단에 올라 있는 일부 가입자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사의 계정으로 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특정 포털 사이트나 노동조합, 지역 대학 등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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