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라인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 수십 명 앞에서 전산망 장애 사태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 소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기 전에 청와대 고위급이 섣불리 북한을 자극하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원인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정부 합동대응팀에 일종의 '지침'을 준 것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21일 오전 전산망 해킹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추적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들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는 배경이나 근거가 뭐냐?'고 묻자 "다 아시지 않나?"라고 했다가 "말을 아끼겠다"며 입을 닫았다.
재질문이 나오자 그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만 했다. 의심의 근거나 이같은 의심이 왜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현재 방통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정부합동대응팀은 아직 신원을 알 수 없는 해커가 중국 인터넷망을 통해 악성코드를 유포했다는 데까지 사실을 밝혀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과거 북한의 해킹 사례와 비교할 때, 중국 인터넷망을 경유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예측 보도를 내놓고 있다.
게다가 바로 전날 국방부는 김민석 대변인 브리핑에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예단하기도 어렵다"면서 "원인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를 북한 소행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다소 섣부른 행동이다. 합동대응팀의 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진다면 그 때 가서 정식으로 규탄하고 국제기구를 통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을 이처럼 서두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정부합동대응팀의 조사 결과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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