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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언론 경제기사는 왜 거짓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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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언론 경제기사는 왜 거짓말인가"

[화제의 책] "아직도 <화폐전쟁> 믿는다면 정신차려라"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 이어, 미국과 함께 지금도 양대 금융중심지인 영국마저 22일 '트리플 A'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실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확실히 2008년부터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미국과 영국도 흔들리게 하는 '생애 최대의 경제사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와중에 한국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갈까, 디플레이션으로 갈까? 집값은 오를까 안오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지만, 각종 매스컴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쏟아내는 보도들을 보면 저마다 방향이 다르다.

이처럼 매우 예민한 문제에 대해 명쾌한 논리적 전개로 독자들을 설득하는 책 <착각의 경제학>(위즈덤하우스 펴냄)이 요즘 경제 분야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2008년말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세일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제논객이다. <착각의 경제학>은 <경제독해(2009)> <불편한 경제학(2010)>에 이은 저자의 3번째 책으로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 <착각의 경제학>(세일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위즈덤하우스

매스컴이 소수의 승자가 되는 길 알려준다고?

이 책의 최대 미덕은 "내 말 들으면 돈 번다"는 데 있지 않다. 매스컴의 경제 관련 보도에 휘둘리다가는 "있는 재산마저 다 털린다"는 점을 경고하는 데 있다.

일반인이 자주 접하는 경제지식은 매스컴을 통한 것이다. 그런데 '머니게임'의 철칙은 소수가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매스컴 경제 기사'라도 그것은 혹세무민, '루저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닐까?

<착각의 경제학>은 바로 매스컴의 경제기사라는 것이 "승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준다고 믿는다는 것이 착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물론 매스컴의 경제기사는 한 매체 내에서 시간 차를 두고, 또는 매체마다 방향이 다른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매스컴에서는 정부와 관변학자까지 나서서 몰고가는 '대세'가 되는 방향이 있다.

<착각의 경제학>은 이런 '주류 경제지식'에 매몰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동시에, 최소한 경제기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소양을 제공해준다.

이미 깨지고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

<착각의 경제학>은 한국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도 처절하게 깨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몇 년도 아니고 몇 십년간 어떤 현상이 지속되면 일반인은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40여년간 지속된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조건은 무르익었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일단 부동산 거품기를 상징하는 "큰 평수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는 신화는 깨졌다. 최근 새로운 신화는 "1, 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난다. 그러니까 소형 주택 많이 매입해 임대 수익을 거둬라"라는 것이지만, 이미 현실적인 통계로 부정되고 있다.

저자는 "1인 가구는 호황기에 증가하는 것이지, 불황이 닥치면 1인 가구는 가장 빨리 줄어드는 것"이라면서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가족이 해체되었다는 미국에서조차 이미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임대료 부담으로 부모 집으로 돌아가거나 동거자를 구해 임대료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한국에서 1, 2인 가구는 앞으로 가장 빨리 줄어들게 될 것이고, 임대용 원룸 수요는 급속한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의 전세제도 역시 세입자들이 아무도 전세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동산 폭락기에 전세가는 오르게 된다. 따라서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2년 계약 후에 집값이 전세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하락하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들도 "뭘 믿고 전재산과 다름없는 큰돈을 맡기고 전세를 드느냐"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DTI 규제 등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왔기에 시기가 다소 늦춰지고는 있다.

흔히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거품 붕괴 시기를 예측하다가 빗나가면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제 그 한계마저 다가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박근혜 새 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철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거품 붕괴를 상당히 지연시킨다면 저자의 시기 예측이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빚 진 사람들'을 연명시켜면서 왜곡된 경제구조를 지속시키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때의 '빚을 진 사람'의 부채라는 것은 불로소득을 자기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부채'를 말한다.

'인플레와 디플레', 부의 이전을 둘러싼 투쟁일 뿐

저자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새로운 부의 창조와 관계없다"면서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부의 이전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지적한다. 거품은 허용하면서 '디플레이션'을 허용하지 않는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병든 자본주의'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흥미로운 통찰력은, '병든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가 아니라면, 결국 정부와 사업형 투자자(기업가)가 '머니게임'의 최종 승자라는 관점이다.

특정 기간 중에는 자본과 정부가 이익이 맞아떨어지면서 기득권 세력이 득을 보는 구조를 지속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다", "주가는 다시 오른다" "부동산 투자는 영원한 진리" 등이다. 정부도 현재의 구조를 유지시키길 원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자본과 동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각국 정부가 부채에 허덕이는 '생애 최대의 경제위기' 국면이라면 언젠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때는 '정부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당대 최고라는 전문가들의 말도 믿을 수 없다.

정부는 기업처럼 '부도'가 나면 사라지는 민간 부문이 아니라 이들에게 모든 부채를 떠넘길 수 있는 '최후의 승부사'이기 때문이다. 그 무기는 국채다. 국채는 만기와 이자가 있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가 끊임없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부추겨 나라빚을 장기 국채와 더 낮은 금리로 민간이 인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최근 30년 만기 채권을 선보였고, 개인도 국채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저자는 "이제 정부도 나라빚을 민간에게 다시 떠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이런 속성과 의도를 간과한 채 아무리 그럴듯한 논거로 제시되는 경제예측도 결과적으로 틀리게 된다는 것이다.

<화폐환상>과 <화폐전쟁>의 공통점

이와 관련해 이 책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대공황 직전 발간된 <화폐환상>의 저자는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주식투자자로도 대성공을 거둔 어빙 피셔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명목상 돈의 양은 달라지지 않아도 실제 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화폐환상'이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로서도 그의 유명세는 오늘날 워렌 버핏과 유사했다. 피셔는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 성향이 있으며,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를 해서 엄청난 성공도 거두었다.

피셔는 대공황으로 증시가 폭락해도 "몇 달 뒤면 오늘보다 훨씬 주가가 올라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오히려 좋은 투자기회"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처가 돈까지 빌려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 손실을 입은 피셔는 그 충격으로 대공황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에 매진해 1933년 <인플레이션?>이라는 책을 썼다. 피셔는 이 책에서 "인플레이션은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접었다.

문제는 대공황 직전에 출간된 <화폐환상>을 믿고 채권에서 주식으로 투자처를 바꾼 사람들이 피셔처럼 대공황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착각의 경제학>에서는 <화폐환상>과 이름도 비슷한 <화폐전쟁>이 오늘날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 또다른 '착각'에 빠질 사람들이 많아질 위기의 시기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화폐전쟁>도 2008년 이후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화팽창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그것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착각의 경제학>에서 저자는 "특혜 대출을 요구하는 산업자본에 휘둘리는 국가의 정부가 아니라면, 또한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상황이라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제1차 대전 이후 산업자본의 기득권에 동조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독일, 또 현재의 짐바브웨처럼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 정부가 점령된 경우는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가는 국가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부채에 의존해 유지하는 산업자본이 압도적인 경우가 아닌 나라들은 정부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택하기보다는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국면이라면 증시에서 격언처럼 떠도는 '가치 투자' '장기 투자' '저가 매수'도 위험하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말이 맞을지라도, '언젠가'의 시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한국에서 불가능"

특히 저자는 "한국에서 가치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가치투자는 지구상에서 "거의 모든 자원을 가진" 미국에서나 가능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대외의존형 경제'에서 가치투자는 어불성설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마치 '불변가치'가 있어보이는 듯한 대기업들이 있다면, 수출기업은 정부의 지원과 '환율 조작', 내수기업은 '담합'이 비결이었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불변가치를 지닌 한국의 대기업은 없었고, 정부의 환율조작 등의 지원,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가격을 비웃은 담합에 의한 '초과이윤'은 이제 국제적으로 자리붙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07년 10월 2085로 고점을 찍을 때까지 몇 년간 대세 상승기를 거쳤고, 그 당시에 가치투자의 성공사례가 많이 탄생했다. '성공경험이 더 큰 실패의 원인'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2008년 코스피가 1500선대까지 떨어지자 "다시 못올 기회가 왔다"면서 다시 가치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그 뒤 10월까지 코스피는 900선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당시의 공포를 견디고, 지금 2000선까지 회복될 것을 기다린 가치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이제 금 매입할 때라고?"

"그럼 어디다 투자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따를 수 있다. 누군가는 '금'이라고 말할 것이다. 금이야말로 혼란기에도 믿을 수 있는 "진짜 돈"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와 금본위제로 복귀한다는 논리는 같은 것"이라면서 "금 투자에 집착하는 이들은 바보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주식도, 부동산도, 금도 아니라면 투자 대상으로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대안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는 어디까지나 실전"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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