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직개편안의 쟁점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당초 인수위 발표와 달리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기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여당이 아직 인수위 초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원자력 안전·규제 기능 약화와 독립성 훼손이라는 야권 및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여야간 진행 중인 정부조직개편안 논의에서 원안위 문제의 경우 어느 부처에도 속하지 않는 장관급 독립기구로 남기는 쪽으로 결론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미래부 밑으로 보내는 원안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미래부 편입을 강행하는데 대해 여당 안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원안위가 미래창조부로 가는 것은 그림이 썩 좋지 않다"며 "원안위가 당장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부지 확보 등 논란이 많은 현안을 앞두고 있는데, 자칫 미래부가 이 원안위 현안에 매몰되면 창조 경제나 일자리 창출 등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분 측면에서도 인수위의 원안 강행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11년 10월 원안위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떨어져나와 대통령직속 상설기구가 된 것은 원자력 안전 업무(안전규제·핵통제·방재 등)를 교과부나 지식경제부의 원자력 진흥(연구·개발) 및 이용(원전 건설·운영·수출 등) 업무로부터 행정상 완전히 분리·독립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자력안전협약 제8조를 통해 협약 체결국들에 "규제기관의 기능을 원자력 에너지 이용 또는 증진과 관련된 다른 기관이나 조직의 기능과 효과적으로 분리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출범한 원안위의 지위를 불과 2년만에 장관급 독립기구에서 미래부 소속 차관급 기구로 낮출만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당과 인수위측은 원안위의 미래부행에 대해 단순히 "원자력 안전 규제의 바탕이 과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판정 등을 앞두고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 뿐 아니라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 측도 "원안위를 부처 소속으로 격하하는 것은 독립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세계적 원전규제 강화 추세에 역행하고 IAEA 권고사항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만약 원안위의 미래부 편입이 무산되면 원안위와의 이해 충돌을 피해 미래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게 돼 있던 원자력 연구·개발(R&D) 부문의 미래부 복귀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과총) 등 과학기술계는 한 목소리로 원자력 R&D의 산업통상자원부 편입을 반대하고 있다. 당초 신설 미래부가 기초·원천 R&D부터 응용·개발 등 산업화 R&D까지 전주기 R&D를 수행하는 것으로 설계됐지만 원자력 분야만 반대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모든 R&D를 맡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같은 논리라면 우주, 핵융합을 비롯해 현재 교과부 과학 부문의 모든 R&D가 거꾸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야 하고, 사실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따로 둘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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