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8일 오전 라디오 생방송에서 30분에 걸친 맞토론을 펼쳤다. 둘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대담에서 각자 자신이 몸담은 진영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며 상대 진영에 대한 점잖은 비판도 꺼리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전공 분야'인 경제민주화 논의로 공격에 나섰다. 윤 위원장은 "김 위원장 말씀하신 경제민주화 있잖느냐, 상징적 인물이시니까 모셔가지 않았나?"라며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과정을 보면 이건 마치 무슨 재벌을 어떻게 없애려고 그런다든지 이런 차원으로 해석을 해 가지고, 재벌을 옹호하느라고 바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그걸 보면서 김 위원장께서 주장하시는 경제민주화의 참뜻을 새누리당이 이해를 못한다, 저는 그렇게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위로'를 건넸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 150명 되는데 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가져라 하는 걸 기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종전에 그와는 전혀 반대되는 논리를 가지고서 생활하시던 분이기 때문에 과연 그 사람들이 그걸 수용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저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고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경우는 그 점에 대해서 철저하게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박 후보만큼은 이 문제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님 말씀 저는 믿는다. 평소에 거짓말하시는 분이 아니니까"라고 한 발 물러서는 듯 하다가도 "그렇다면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확고한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잘 안 됐다고 봐야 되는데, 그렇다면 평소 우리가 제왕적 후보라고 알고 있고 수직적인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의원들의 그런 의견에 휘둘린다고 봐야 되나"라고 역공을 폈다. 다음은 이에 이어진 대화다.
김종인 : 아니, 그러니까 흔히 얘기해서 제왕적 후보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렇게 제왕적 후보 같진 않고 일반 언론에서….
윤여준 : 김 위원장님은 유일하게 언론자유를 누리시는 분이라서.
"새누리당, 지금도 '박정희 패러다임'"…또 한 번 "박근혜는 달라"
이번 대선의 성격 규정에 대해 윤 위원장은 "낡은 세력 대 새로운 세력의 대결"이라며 "김종인 위원장님 앉아 계신데 좀 죄송하지만, 김 위원장이나 몇 분을 빼놓고는 제가 보기에 새누리당은 지금도 '박정희 패러다임'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도 그렇다고 뚜렷하게 새로운 것을 내놓은 것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추구하는 그런 모습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하나의 질서를 확립해서 나라의 발전을 보다 더 도모할 수 있겠느냐"라며 "새로운 하나의 대한민국을 다시 건설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이룩한 압축성장의 결실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것도 본인 스스로가 아마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 구도 중 하나가 '이명박 정부 심판 대 노무현 정부 심판'이라는 평이 있다는데 대해 김 위원장은 "선거에서 여당이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박 후보가 여당 후보로서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과거 참여정부 시절 최고의 요직을 가졌던 사람이니까 그때 실정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두 후보가 전부 다 새 시대, 새로운 나라, 통합을 얘기하는 후보들이기 때문에 과거에 너무 집착해서 그 점에 너무 논쟁의 근거를 제공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민주정치는 책임정치고, 또 정당정치다. 책임을 지는 주체가 정당"이라며 "그런데 새누리당은 총선 직전에 당 이름과 로고 다 바꿨다.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총선이라는 중요한 계기를 앞두고 집권당을 없애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책임의 대상을 없애버린 것"이라며 "그러면서 마치 자기들이 야당인 양 행세를 하려고 하고 심지어 요즘은 박 후보가 당선되는 게 정권교체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정치의 모습이 아니다. 책임정치의 모습이 아니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실세였던 건 맞다"면서도 "그 정부는 국민에게 문책을 당해가지고 정권을 잃었다. 그러니까 책임을 졌다, 이미"라고 말했다.
서민 이해와 대통합, 누가 적임자인가?
양 측 후보가 강조하는 대통합과 민생이라는 과제를 놓고도 토론이 오갔다. 윤 위원장은 "어느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생각에 국민 전체가 따라오는 것이 통합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후보에 대해 "리더십의 성격이 매우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것도 굉장히 걱정했고, 또 최근에 100% 대한민국이라는 게 뭐냐"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저는 100%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불길하게 생각한다. 박 후보가 혹시 모든 국민이 자기 생각에 동의하는 상태를 자꾸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100%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사람을 다 한꺼번에 끌고 가겠다는 이런 개념보다는, 가급적이면 사회가 보다 더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이러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100% 라는 표현으로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해보겠다는 것이지 꼭 100%를 만들겠다는 뜻은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받았다.
또 민생 이슈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먼저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당연히 서민이 부자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도 20:80정도"라며 "자연적으로 선거 때만 되면 서민위주의 모든 정책을 내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현 사회가 만약에 그걸(민생 문제를) 방치했을 경우 하나의 갈등구조 속에 빠져서 경우에 따라서는 폭발도 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며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그 문제를 간과하고선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차이는 있지 않을까. 서민이라는 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속되게 표현해 춥고 배고픈 사람이라고 한다면, 전혀 춥거나 배고픈 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춥고 배고프다는 게 관념인데 추워 보고 배고파 본 걸 경험한 사람은 관념은 아니다. 그런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인생 경험을 대조한 것.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자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건 안 자랐건 간에 관계없이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면서 "그 점에 있어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별로 염려를 안 하셔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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