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통신은 백악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준비에 들어갔으며,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화학무기 사용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와 그의 명령을 받고 있는 자들에게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것은 지금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아사드가 이런 무기를 사용하는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런 사태에 대비해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 3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 중심가에서 어린 소년들까지 거리에 나와 "잔인한 아사으의 동조자 푸틴." 등 푸틴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뉴시스 |
"아사드, 궁지에 몰리면 화학무기 쓸 것"
클런턴 장관은 대응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AP> 통신은 "이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나 익명을 요구한 현역 관료와 전직 관료들에 따르면, 공습과 무기고를 확보하기 위해 역내 군사력을 동원한 제한된 기습작전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료들은 미국 정부가 미군을 시리아에 직접 파견하는 방안은 가급적 피하려고 하지만, 시리아의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일대에서 특수작전 훈련을 제공하는 미군이 직접 작전을 수행할 역내 군사력에게 무기로 장악을 위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관료 한 명과 두 명의 백악관 관료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처럼 시리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미 정보당국이 최근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료와 장치들을 화학무기 제조시설로 운반하고 있으며, 단순히 운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제조시설 내에서 모종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을 입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활동이 정보당국에서 기존에 인지하는 종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확이 어떤 것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정보를 제공한 관료들은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아사드 정권이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미 관료는 "이란이 시리아 정부 관료에게 화학무기 사용을 부추기는 통신 내용을 감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국 내에서 벌어진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이란의 특수부대 '쿠즈 군'이 시리아의 반군 거점 도시인 홈즈에 사린 가스를 동원해 반군과 반군을 지지하는 주민들을 진압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언은 미국의 또다른 정보기관 보고서와는 어긋나는 내용이다. 이들 보고서는 이란도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시리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자국민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시리아의 이런 입장을 믿지 못하고 있다.
제이 카니 국무부 대변인은 "아사드 정권이 재래식 무기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세에 몰리게 되면, 자국민에 대해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더치 루퍼스버거 의원도 "이미 자국민을 많이 죽인 아사드가 화학무기를 동원한다고 해도 놀랄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시리아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 이후 4만 여명이 사망했다.
유엔 "시리아 내 임무 무기한 중단"
특히 미국 정부는 시리아 정권이 헤즈볼라 같은 아사드 정권의 동조세력에게 화학무기를 제공하는 경우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이기도 해서, 이스라엘 정부는 시리아 사태의 와중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시리아 사태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지 모른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UN)은 시리아의 내전 상황이 악화돼 신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상태가 되고 있다고 판단,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100여 명의 국제업무담당 직원 중 필수 요원들만 빼고 모두 철수하겠다는 '무기한 임무 중단' 지침을 내렸다.
유엔 차원에서 시리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지는 러시아의 반대가 여전해 불투명한 상태다. <알자지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해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면서 "푸틴이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회담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시민들의 반 푸틴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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