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차적 영향
이번 지진 발생지역의 경제규모와 쓰촨성 및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총체적인 경제충격이 제한적이다. 지난해 야안시 GDP 총액은 398억 위안(약 7조 1,640억 원)으로 쓰촨성의 1.67% 규모이며, 전국 대비로는 0.07%에 불과하다. 특히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야안의 쓰촨성 내 경제비중이 지난 10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크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야안에서도 특히 낙후지역인 루산(蘆山縣), 바오싱(寶興縣) 등지에 피해가 집중돼 이번 지진은 경제재난 보다는 민생재난적 특성이 더욱 크다.
▲ 야안시의 쓰촨성 내 GDP 비중(%) ⓒ쓰촨성·야안시 인민정부(下同) |
산업측면의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야안시는 최대 업종이 관광업(팬더공원 등)으로 공업기초가 박약한 편이다. 최근 시 정부가 풍부한 수력·광물자원을 기초로 투자유치에 노력한 결과, 2차 산업(수력발전, 비철금속, 화공, 기계, 신소재, 건자재)의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작다.
향후 여진이 계속 발생해도 지진범위가 확대되지 않는 한 산업피해 규모는 제한적이라고 관측할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쓰촨성 6대 지주산업(전자정보, 수력발전, 기계금속, 의약화공, 의료식품, 관광)에 미치는 충격도 미미하다.
다만 야안 바오싱 지역은 세계적인 백색 대리석 산지로 대리석 광산업 채굴, 가공, 운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쓰촨성 혹은 중국 전체 건자재시장에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기타 인광(燐鑛), 납아연광 등이 영향권에 들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타격정도는 역시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국 증권가의 주류 견해이다. 실제로 주요 광산은 지진 진원지와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대리석광은 진원지로부터 220km 떨어진 곳에 있고 인광과 납아연광은 지진 집중피해지역과 각각 170km, 70∼170km의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 내 한국교민 수는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쓰촨성 거주자가 1,500명, 청두 인근지역 거주자가 약 1000명으로 각각 0.19%와 0.13%에 불구하며, 한국인 피해자 보고사례는 없다. 지진발생 인근지역에 관광지가 있기는 하나,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지역이 아니다.
중국해관통계에 따르면 전체 한중 교역(2012년 2,542억 달러)에서 한-쓰촨성 교역(33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쳐 이 역시 영향이 미미하다. 한국의 대쓰촨성 투자(121건 2.4억 달러)는 우리나라 전체 대중 투자(22,557건 396.8억 달러) 건수의 0.5%, 금액의 0.6%에 불과하다.
□ 후속영향 : 성장
최근 중국 내 발생 지진 중 규모 7.0 이상 지진의 후속영향 패턴을 관찰한다면 야안 지진의 단기·중기적 파급력 예측에 유효할 것이다. 쓰촨성 원촨 대지진('08.5, 규모8.0, 사망 8만여 명), 칭하이성 위수(靑海 玉樹)지진('10.4, 규모7.1, 사망 약 2,700명)은 야안 지진과 시기적으로도 비슷해(계절적 요인의 동일성) 그 전례를 참고할 수 있다.
원촨·위수 지진의 경제적 영향은 다른 지진과 마찬가지로 단기적(short-term)으로는 부정적이었으나 중기적(mid-term)으로는 재난복구수요 및 기저효과(base effect) 발생 등이 당해 연도 및 이듬해 해당 분기 성장률 급상승으로 연결된 바 있다. 지진의 중기적 후속영향은 대부분 공업생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규모가 컸던 원촨 대지진의 경우, 1분기 간 경제가 급락 후 중기적(mid-term) 복구사업효과를 보이면서 회복세로 전환됐다. 위수 지진은 원촨 대지진보다 피해규모가 훨씬 작아, 지진 발생 후 바로 복구사업이 전개되면서, 매우 짧은 기간에 성장 반등 효과가 발생했다. 지진규모 및 경제비중 감안 시 야안 지진은 원촨 대지진과 위수 지진의 중간수준의 영향을 보이거나 혹은 원촨 보다는 위수 지진의 전례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복구수요·기저효과에 따른 성장 급등 폭의 상당 부분은 원상회복 혹은 착시효과이다. 이를 배제한 실제 성장폭(양성 피드백 positive feedback)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중국 유력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원촨 대지진과 위수 지진이 지진발생 다음해 쓰촨성 공업생산증가에 미친 실제 성장폭 상승효과는 각각 1.73%와 2.15%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聯訊證券, 雅安地震對經濟的影響測算) 이를 기초로 하면 야안 지진의 중기적(2014년) 쓰촨성 공업생산증가 기여수준은 대개 1.7~2.1%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다. 쓰촨성의 GDP의 전국 내 비중(4.6%) 감안한다면, 야안 지진이 복구과정에서 중국 전체 공업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
□ 후속영향 : 물가
이번 지진발생지는 경제비중이 낮아 중국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지진발생 후 일반적인 소비자물가 흐름인 '선저후고(先低後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반엔 수요 감소로 하락세를 보이지만 중반 이후 공급위축 및 수요상승으로 상승세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난해 말 이후 상승압박이 받고 있는 소비자물가가 올 하반기에 더욱 올라갈 수 있다.
▲ 지난 4월 20일 지진이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의 룽먼 마을에서 21일 한 여성 이재민이 딸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 뒤로 무너진 집의 잔해가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
돈육가격 급등에 따른 전체 물가불안 가능성도 있다. 쓰촨성은 산둥, 허베이, 허난, 후난성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양돈 중심지이다. 중국은 소비자물가 구성 가운데 식품비중이 30%이며, 식품 중 돈육가격 비중이 9%(전체 CPI 내 돈육가격 비중 3%)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피그플레이션(pigflation 사료 값 상승에 따른 돈육가격상승→소비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특히 돈육가격은 대개 12~18개월을 주기로 등락을 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치솟고 있어 이번 지진으로 수급에 이상이 생긴다면 전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정책전망 : 신도시화와 교통인프라
이번 재난발생 지역은 낡은 가옥이 밀집한 경제 미발달 지역으로, 향후 중국이 복구사업을 진행하면서 현 정부 최대 경제정책인 '신도시화'를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이다. 신(新)건축표준 도입, 호적제도 개선, 사회보장보험, 취업 및 의료제도 보완, 소득 및 소비력 제고정책 등이 집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난복구에 따른 건자재, 동재, 가전, 가구 등 부동산 관련 투자 및 소비자극 정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자이송·물자운송 등 구호작업 과정에서 현지의 열악한 도로시설이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지적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진발생 지역을 포함해 서부지역 전역에 걸쳐 도로 등 교통인프라 확충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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