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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금융사고 '아도볼리 사건', 진짜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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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금융사고 '아도볼리 사건', 진짜 실체는?

[해외발언대] "아도볼리 사건, 탐욕스런 금융산업의 징후"

'사상 최대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UBS 런던지점 트레이더 크웨쿠 아도볼리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2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아도볼리에게만 잘못을 돌려서는 안된다(Adoboli should not take all the blame)'는 칼럼은 그 의문을 풀어주면서 '아도볼리' 사건의 진정한 실체를 들추고 있어 주목된다.

칼럼에 따르면, 아도볼리가 '트레이더'라는 전제가 잘못됐다. 트레이더는 손실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운다. 아도볼리가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트레이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칼럼을 쓴 필자는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출신으로 지금은 금융교육가이자 햄프스테드캐피탈 파트너인 렉스 밴담이다.

밴담은 "아도볼리는 회삿돈으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업무를 맡았을 뿐인 '도박꾼'이며, 단지 정해진 자금 운용 한도를 넘어서 손실이 커졌을 뿐"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통제불능, 탐욕, 도박으로 변질된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사상 최대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UBS 런던지점의 트레이더 크웨쿠 아도볼리. 직권 남용으로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하고도 죄책감은 전혀 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

"부자가 되려면, 중개수수료 따먹는 게 최고"

골드만삭스에서 함께 일한 상사 중 한 분은 "트레이딩은 금융계에서 가장 좋은 경력이 되지 못한다"고 조언을 하곤 했다. 돈을 벌려면 남들이 트레이딩과 투자를 하도록 만들고 그 거래를 중개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에는 얼마 안되는 것같지만 이런 중개 수수료를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해서 거두는 것이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트레이딩이 좋았다. 매일 시장을 이기는 싸움을 하는 매력이 돈 자체보다 컸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그 상사는 정말 상당한 부자가 되었다. 지난 20년 사이에 런던시티에서 그의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은행의 임직원들은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든 이런 거래를 통해 거액의 성과급을 챙겨갔고,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그 기업의 역사나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 같은 것은 안중에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도록 벗겨 먹었다.

복잡한 파생상품을 개발해 이게 어떤 상품인지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파생상품은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중개자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도덕과 윤리에 대한 모독이다.

아도볼리는 막대한 이익을 남길 때는 아무도 따지지 않는 업무를 맡았다. 이 업무로 생긴 손실로 해고된 경우도 거의 없다. 나로서는 아도볼리가 매우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직원으로 보인다.

아도볼리는 자신의 업무로 손실이 생기자 이를 만회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진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이건 진짜 트레이더가 하는 일이 아니다"

런던시티에 있는 은행들이 버는 수익은 대부분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막대한 수수료다. 진짜 트레이더가 되는 것은 매우 다르다.

트레이딩은 수수료 없이 시장과 공정한 조건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나이나 자격증이 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엄격한 투자기법과 리스크 통제 없이는 수익을 낼 수 없으며, 한순간도 쉬지 않고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며, 과거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향후의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닌 그런 것이 거래다.

아도볼리의 업무는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트레이더의 일이 아니다. 기업과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심층 분석에 기초한 매매전략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UBS라는 거대조직의 일원일 뿐이며, 주로 회사가 하는 자산운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상품을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다만 그의 잘못은 자기가 다룰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이다.(아도볼리는 이렇게 한도가 넘은 거래를 한 것도 상사와 의논해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UBS는 직원에 대한 관리 소홀로 금융당국에 거액의 벌금을 물게됐다. 편집자)

따라서 아도볼리가 손실을 초래한 투자를 계속해 막대한 돈을 잃은 트레이더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는 트레이더가 아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판돈을 갈수록 키운, 트레이더 흉내를 낸 도박꾼이 된 것이다.

나로서는 아도볼리 사건이 간단하게 정리된다. 카지노에 가서 회삿돈을 잃은 도박꾼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문제다. 관리를 소홀히 한 회사 탓인가? 카지노 탓인가? 사기꾼 탓인가?

아도볼리는 자기를 뺀 모든 사람의 탓을 하고 있다. 그 점에서 아도볼리는 결코 트레이더의 면모는 없다. 진정한 트레이더는 돈을 잃으면 자기 자신만을 탓할 뿐이다. 아도볼리 사건은 투자은행들이 고객의 돈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것을 일깨우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사건은 런던시티 같은 금융산업이 통제불능이고 아무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현실을 상기시켜줄 뿐이다. 금융산업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탐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도볼리 사건은 이런 병든 금융산업이 보여주는 또다른 징후다.


아도볼리 사건 개요

지난 20일 영국 법원은 직권남용에 따른 사기 혐의로 UBS 런던지점의 크웨쿠 아도볼리(32)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아도볼리가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굴리지 못하게 한 규정을 어겼으며, 임의매매를 거듭해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손실 규모는 23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아도볼리는 지난 2008년부터 문제가 된 거래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8월 위험에 노출된 액수가 118억 5000만달러에 달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아도볼리는 자신의 거래는 모두 은행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선임자들과 상의한 후 이뤄졌으며 시장이 격변해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의 제롬 케르비엘이 선물거래로 49억 유로(7조원)의 손실을 입힌 사건과 유사하며, 손실규모 면에서 앞서 '사상 최대 금융사고'였던 케르비엘 사건을 능가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은 UBS의 직원관리 능력과 수익만을 강요하는 관행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금융당국도 UBS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까지 직원의 미승인 거래를 알지 못한 책임을 물어 수백억 원대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아도볼리 사건은 UBS 전체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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