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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끝 모를 추락…잇딴 '눈 먼 인수' 손실로 거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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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끝 모를 추락…잇딴 '눈 먼 인수' 손실로 거덜

[분석]"소프트웨어업체로 거듭나려다 무리수"

한때 세계 최대 PC업체로 군림했던 휴렛팩커드(HP)가 존폐 위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발표와 의혹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HP의 사례가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 하드웨어업체가 소프트웨어업체로 변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HP는 최근 3개월간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8월 111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계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노미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손실만으로 무려 88억 달러를 상각처리했다고 밝혔다.

▲ HP의 주가가 올해만 50%가 넘게 폭락하고 한때 1500억 달러가 넘었던 시가총액은 22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로이터=뉴시스

12조원 주고 산 업체로 1년만에 10조원 손실처리

게다가 HP의 분기별 실적은 전년 동기만 해도 2억3900만달러, 주당 12센트라는 상징적인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68억5000만달러, 주당 3.49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 HP의 주가는 12% 폭락하며 주당 11.71달러에 마감됐다. 이로써 올해 들어서만 HP의 주가는 55%나 하락했으며 2004년 시가총액 1500억 달러를 넘었던 HP는 이제 시가총액 220억 달러의 초라한 종목이 되었다.

오토노미를 인수할 때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하고 인수 직후인 지난해 9월 CEO로 취임한 멕 휘트먼은 최악의 실적의 원인을 HP의 잘못된 인수 결정보다는 오토노미의 회계부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HP는 오토노미의 회계 부정에 대해 미국과 영국 당국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으며, 민형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휘트먼 CEO가 "이번 조사는 몇 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듯이 쉽게 진실이 밝혀질 문제가 아니다.

전임자의 유산 털어버리려는 휘트먼 CEO의 꼼수?

인수 당시 오토노미의 CEO였던 마이크 린치는 회계부정을 했다는 HP의 공격에 "전적으로 거짓"이라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HP가 이를 공개하기에 앞서 나와 접촉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토노미는 상장 회사로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트로이트에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아왔고, HP가 엄밀한 실사까지 한 뒤에 인수를 결정하고 나서는 무슨 얘기냐는 것이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오히려 HP가 '자작극'을 벌이면서 HP로 쏠리는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휘트먼 CEO가 전임자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신속하게 손실 처리하면서 '회계부정'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성장에 굶주리는 하드웨어업체가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해 자신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수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소프트웨어업체는 미래 가치로 회계장부를 포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래부터 숫자를 부풀리기 쉽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HP가 오토노미 인수 문제를 민형사 사건으로 끌고 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토노미 인수를 결정한 전임 CEO 레오 아포테커가 '비싸게 주고 산 잘못된 결정'이라는 논란 속에 불과 5주 만에 물러난 것에서 보듯 이미 문제가 있는 인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10년 새 인수합병에만 670억 달러 들여 모두 실패

신문에 따르면, 2000년 이후 HP의 '잘못된 인수합병'은 HP의 전통처럼 이어져왔다. 휘트먼은 3개월 전에도 지난 2008년에 139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EDS)으로 80억 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오토노미를 인수한 직후 불과 5일 만에 물러난 레오 아포테커 전 CEO는 2010년 12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휴대폰업체 팜에 대해 인수가격보다 많은 금액을 손실처리했다.

EDS와 팜은 HP의 위기를 구출할 CEO로 영입돼 2006~2010년 재직한 마크 허드가 인수한 것으로, 그는 정리해고 등으로 비용 절감으로 실적 개선에만 몰두하다가 직원과의 성추문으로 해임됐다.

HP가 2001년 당시 칼리 피오리나 CEO가 결정한 컴팩 인수는 일대 사건이었다. HP는 컴팩을 250억 달러에 인수했다가 10년 뒤 120억 달러를 손실처리했으며, 피오리나는 취임 이후 HP 주가를 63% 수준으로 하락시킨 것에 책임을 지고 2005년 퇴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HP의 '수상한 인수합병'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오토노미의 경우도 장부를 지나치게 부풀린 것이라는 지적은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HP가 2001년부터 인수합병에 들인 비용만 67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올해만 200억 달러에 달하는 상각 처리를 한 HP가 아직도 처리할 여력이 남은 것이 오히려 놀랍다"고 꼬집었다. HP의 현재 자본규모는 234억 달러에 불과하며, 중국 레노버에 밀려 HP의 PC업계 순위로 3위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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