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던 일본 관동군 731부대가 미군 전쟁포로에게 세균주사를 놓아 최소 3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일본 관동군 기밀자료와 생존 전쟁포로의 증언을 통해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발간되는 시대상보(時代商報)는 25일 "일본 관동군 제731부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봉천연합군전쟁포로소에서 세균실험을 실시한 사실이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이 지린(吉林)성 당안관에서 입수한 관동군 기밀자료와 생존 전쟁포로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지금의 선양에 위치했던 봉천연합군전쟁포로수용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장지에(張潔)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입수된 자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밀자료에 따르면 우메즈요시지로(梅津美治郞) 관동군 사령관은 1943년 2월1일 광역급수부(731부대) 본부장에게 명령을 내려 봉천연합군포로수용소에 부대 인원과 설비를 보내 포로에 대한 방역 업무, 특히 세균검사를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연구원은 "정상적인 포로수용소 방역업무였다면 731부대를 파견할 필요가 없었고 또 비밀리에 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 731부대의 파견은 세균실험이 목적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이 당시 봉천수용소에 수감됐던 영국군 전쟁포로 로버트 소위의 일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군 328명을 포함해 최소 766명 이상의 연합군 포로가 예방접종을 명목으로 한 세균실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소위는 자신의 일기에서 731부대가 전쟁포로에게 자주 예방접종을 했던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1943년 1월30일부터 6월13일까지 포로들에게 발진티푸스, 파라티푸스 A형, 천연두, 적리 등 백신주사를 잇따라 접종한 뒤로 포로들의 사망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기록했다.
로버트 소위는 "예방주사를 놓은 뒤로 1943년 2월23일 전쟁포로 142명의 시체를 안장했고 105일 이내에 186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모두는 미국인이었다"며 "같은 해 8월6일에 208명이 사망했고 11월21일에도 230명이 숨졌다"고 일기에서 적고 있다.
또 포로수용소에서 포로 시체를 운반하는 일을 담당했던 미군 전쟁포로 제임스씨는 "731부대의 사병들이 해부대로 시체를 날라다 머리와 복부를 떼어내 용기에 넣고 번호를 붙이는 해부 전과정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은 미국 전쟁포로협회 및 생존 전쟁포로를 통해 731부대가 미군 전쟁포로를 상대로 쥐를 이용한 페스트 감염실험을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장 연구원은 731부대에 의한 미군 전쟁포로의 대량희생이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이 종전 후 일본으로부터 세균실험의 성과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일본의 세균실험 전문가를 보호했던 점으로 미뤄 미국이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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