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제주 일정을 시작한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국가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되는데 오히려 불행과 고통에 빠지게 한 것 같다"며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주민들 동의를 구하는 문제, 과정상의 많은 문제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해군기지는 안보상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판단내리기는 어려운 국가안보상의 정보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여러 정부에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들 이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국제 환경도 20년 간 많이 바뀌어 왔는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있는 것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안 후보는 "과연 (해군기지 입지가) 강정이어야 했나, 강정이었어도 충분히 주민 동의를 구하고 과정상 문제가 없었는지, 시행상 약속한 게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해군기지 공사 현장을 찾아 농성 중인 활동가 및 주민들과 만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간담회에서 최근의 쌍용차·현대차 노동자 투쟁현장 방문 등 행보를 강정 방문과 함께 언급하며 "제가 현장 방문해서 주민 여러분들 말씀 듣는 자체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되고, 다시 한 번 많은 분들 관심을 모을 수 있고, 이 기회를 통해서 고통받는 분들의 진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일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을 찾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농성 중인 활동가와 주민들을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
앞서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 4.3 항쟁 희생자들이 잠든 4.3 평화공원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안 후보는 "4.3 사건은 제주도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라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파괴와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4.3의 아픔을 역사가 기억하게 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후보는 공원 참배 도중 갑자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대선 출마 이후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4·3 위령비를 돌 때 '누구누구의 자(子)' 라고 적힌 표석이 있었다. 그걸 보고 울컥해서 눈물이 난 것"이라며 "태어나서 이름도 짓기 전에 희생된 아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날부터 이어진 제주 일정을 마지막으로 '전국 투어' 1차를 마무리한 안 후보는 오는 4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2차 투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2차 투어는 좀더 구체적인 얘기를 하는 시간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난번에는 유권자들을 만나 호흡하고 후보를 알리고 지역 현안과 애로를 '경청'하는 것이었다면, 2차에서는 현안에 대해 밀도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대안, 정책도 이야기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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