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1일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기조 설명에서 "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통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계급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도 그렇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더더욱 예상보다 파격적인 내용이 많아 큰 반향이 예상된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 4층 기자실에서 교육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을 통해 모든 가능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신동형 천재만을 양성해내는 시스템이 아닌 대기만성형 인재를 키워나가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교육개혁의 3대 목표로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국가의 책임으로, △학력·학벌·지역차별 없이, △인성·창의적이고 잠재력과 가능성이 발휘되는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어 발표된 것은 3개 범주에 걸친 개혁과제 14가지. 사학법 개정 등 민감한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격차 해소'…전기선발 폐지, 일제고사 폐지, 고교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
먼저 교육격차 해소와 복지 실현을 위한 과제로 7가지가 묶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교 진학 과정에서 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의 학생 우선선발 권한을 뺏고 전기선발을 폐지한다는 공약이다. 대학입시 전형도 간소화하고 학생부에 적을 수 없는 자료(토플 점수 등) 제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대학 입시에서는 계층·지역별 기회균등 입학제를 정원 2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고, △일제고사를 최소학력도달평가로 바꿔 일정 수준 도달 여부만을 가리도록 하며, △고교 무상교육과 단계적 반값 등록금을 실시한다는 공약들도 이 범주에 묶인다. 안 후보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2014년 전문대를 시작으로 2015년 지방대 이공계, 2017년 수도권 대학으로 확대해 '격차' 해소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거점대학과 특성화 혁신대학을 육성하고 지역고용할당제 실시를 통해 지방대에 혜택을 주며, 이와 함께 비리·부실사학은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되 그 대가로 신입생 선발 방식을 내신과 심층면접으로만 하도록 하는 등 학교 운영을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를 각 대학 희망에 따라 실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 외에는 △사교육 경감을 위한 '학교 공교육 지원법' 제정, △학교폭력 문제를 위한 평화-인권교육 강화와 지역사회공동체 중심의 학교시스템 구축 등이다.
'창의·희망'…고교학점제, 사학법 개정
다음으로 창의·희망 교육 실현을 위한 과제로 4가지가 발표됐다. △고등학교에 대학처럼 학점제를 도입해 '자율진로탐색형 체제'로 개편한다는 내용이 가장 도발적이다. 1학년은 공통과정을 이수하되, 2학년부터는 자신의 흥미에 따라 직업기초교육 또는 창의적 사고력 교육, 아니면 이 둘을 '융복합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고교수업 이수 목표를 현행의 204단위에서 180학점 내외로 조정하고 문제해결형 논술과 프로젝트형 학습방식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외부 교육기관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도 있게 했다. 대학의 학생선발은 학생부, 과목별 논술형 공인시험, 입학사정관제 중의 하나를 선택해 하도록 했으나 이와 관련된 세부 방안은 장기과제로 돌려졌다.
또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학생들까지 진학한 결과 진학률이 80%를 넘어선 '학력 인플레'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인턴 등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고졸 취업자에게도 대학생들처럼 4년 간의 군 입대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밖에 창의희망 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과제로는 △평생교육, △대학 지원체계 개선과 산학협력 강화, △고교 교육과정 개선 등이 제시됐다.
'행정 개편'…사학법 개정,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 설치, 6년제 교원양성과정
이같은 교육개혁을 위한 행정지원의 범주에는 논쟁적인 사학법 개정 등 3개 과제가 제시됐다. 먼저 △사학법 개정은 부패방지 제도화를 위해 이사진의 4촌 이내 친인척을 학교장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사회 내 친족 비율을 제한하며, 비리 이사의 복귀 금지, 개방이사·감사제 의무실시, 고교 학교운영위·대학 평의회의 이사추천권 강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사학분쟁위원회(사분위)를 폐지하고 대학평의회를 심의기구화하며, 총장·학교장의 권한을 재단과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법률안 개정 내용이 개혁적인 만큼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밖의 교육행정 개편으로는 △교원양성과정을 6년제로 하되, 4+2년으로 나누어서 정원의 50%를 추후에 산업체, 다른 대학이나 단과대 졸업자 중 선발하도록 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같은 교육개혁 전반을 추진하기 위한 사령탑으로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안철수 "모든 가능성 발휘되는 나라 세우겠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교육개혁에 적잖은 중요성을 두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회견 마지막에 "이제 출마선언 이후에 네 가지 개혁을 말씀드렸다"며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가 문제가 아닌 답이 되는 나라를, 재벌개혁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모든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리는 나라를, 사법개혁 통해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사회 약자가 배려받는 정의로운 나라를, 오늘 교육개혁을 통해 모든 가능성이 발휘되는 나라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교육은 사회구조의 종속변수여서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으로 바뀌기 어렵다"며 "근본적 사회개혁,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보상 체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