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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황우석 사태' 파문, 요미우리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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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황우석 사태' 파문, 요미우리 자작극

"일본인 참여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수술 성공" 희대 오보 판명

<요미우리> 등 보수 성향의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일본인 연구원이 포함된 하버드대팀이 세계 최초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의 임상 수술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정신이상으로 보이는 한 연구원의 언론 제보에 놀아난 희대의 오보로 판명됐다.

이번 사건은 한 사회가 국가주의에 휩쓸리고 언론이 이를 부추길 경우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오보를 낳게 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일각에서는 일본판 '황우석 사태'리고 하지만, 전혀 격이 다른 문제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이 오보 사태에 휘말리지 않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오보 사태는 임상 수술 자체도 없었던 '거짓 제보'를 일본 최대 언론 <요미우리>가 검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한 '요미우리의 자작극'에 가깝기 때문이다.

▲ <요미우리> 신문이 대서특필한 '세계 최초 유도만능줄기세포 이식수술'이 완전 거짓 제보에 농락당한 것으로 드러나자, 일본 언론들이 연일 떠들썩하게 이번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사진은 <요미우리>에 거짓제보한 모리구치 히사시.
요미우리 보도에 하버드대 즉각 부인

하루에 1000만 부를 발행하고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는 지난 11일자 1면 톱기사로 일본인 연구자 모리구치 히사시(森口尙史.48)가 포함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매사추세츠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심근 세포를 만들어 중증의 심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줄기세포 중에서도 가장 최첨단 분야가 유도만능줄기세포인데, 사람의 체세포를 어떤 장기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로 역분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요미우리>의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하버드대는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가 나오자 이날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와 제휴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모리구치에 어떠한 연구도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모리구치는 1999년 MGH에서 한 달 정도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나 지금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모리구치 "거짓말 시인" 기자회견

"이식 수술을 받은 6명의 환자 가운데 올해 2월 수술받은 첫 환자는 퇴원해 8개월째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제보한 모리구치도 13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하지만 모리구치는 마지막 1건은 올해 2월이 아니라, 지난해 6월에 하기는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나머지 5건은 이미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할 예정인 수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리구치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승인은 받았으나 실제 수술은 보스턴 시내의 별도 장소에서 했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해 '망상증'이 의심되고 있다.

모리구치는 현재 도쿄대병원의 연구원이긴 하지만 의사 자격도 없이 간호사 자격증만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무 검증없이 일본인 연구자가 참여했다고 제보하자 <요미우리> 등 유력언론들이 놀아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모리구치의 말만 믿고 모리구치가 앞서 제보한 4건에 대해서도 검증없이 보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리구치가 자신의 제보가 거짓이었다는 회견을 하기에 앞서 <요미우리>는 이날 1면 사이트톱에 사과문을 싣고 8면 전체를 털어 오보 경위를 설명하는 사과기사를 내야했다. <요미우리> 보도를 따라 후속 뉴스를 전했던 <교도통신>과 <산케이>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나마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사히>은 자체 검증결과 신빙성이 없다며 보도하지 않았다.

신야 교수 "임상 적용, 아직 멀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아직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난제가 많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이식할 경우, 어떤 형태로는 증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암과 같은 속성이라는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식 후 특정장기 세포로 분열하도록 통제하거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때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유전자를 이용한다는 점 등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도 숙제로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신야 교수도 "아직 인체에 적용하려면 아주 멀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신야 교수의 업적은 어디까지나 미성숙세포가 성숙세포라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가능하다고 믿었던 기존의 학설을 뒤집어, 성숙세포를 미성숙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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