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이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도착해, 주영훈 권 전 영부인 비서실장의 안내로 묘역을 참배했다. 시종 엄숙한 표정을 띤 안 후보는 '추모합니다. 안철수'라고 적힌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너럭바위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안 후보는 방명록에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진심 어린 마음가짐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후보는 이후 권 전 영부인을 찾아 비공개로 4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주 비서실장, 조광희 안 후보 측 비서실장과 유민영 대변인이 배석했다.
▲ 봉하마을을 찾은 안철수 후보. ⓒ뉴시스 |
예방을 마친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말씀드렸다. 제가 몇 차례 인연이 있었다"며 "(권 전 영부인은) 정치인의 가족 분들에 대해서 여러 좋은 말씀 해 주셨다"고 전했다. 권 전 영부인은 안 후보에게 "잘 하고 있다. 건강 잘 지키시고 앞으로도 잘 하셔달라"고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께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고, 정말 진심을 갖고 사람을 대해 주신 분이라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정치 관련 말씀은 안 나눴다"고 그는 덧붙였다. 첫 지방 일정으로 봉하마을을 찾은 배경에 대해서는 "현충원 다녀온 연장선상"이라고만 했다.
안 후보가 이야기한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2000년경 컴퓨터 관련 전시회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이 전시 제품을 선물하려는 안 후보에게 "소프트웨어는 돈을 내고 사야 한다"며 직접 구입해 갔다는 에피소드와, 노 대통령 취임 몇 달 전의 만남, 그리고 노 대통령 취임식에 안 후보가 국민 대표로 초청돼 참석했다는 내용이다. 안 후보는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부인과 미국 유학 중이던 딸이 봉하로 내려와 참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담 후 주 비서실장 등의 안내로 추모관을 찾은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관계된 전시물들을 둘러봤다. 추모객들이 노란 리본에 남긴 글귀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한 대형 전시물 앞에서는 한동안 서서 리본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안 후보가 살펴본 리본에는 '사랑합니다. 모든 괴로움을 잊으시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추모관을 나서서는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철수의 생각>을 가져온 한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 주고, 어린아이가 전달한 꽃다발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안 후보는 주 실장에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봉하를 떠났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부산을 찾아 자신의 출신고교인 부산고를 방문해 후배들과의 만남을 갖고, 부산국제영화제(PIFF) 준비 스태프들을 만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다음날인 27일에는 장인이 살고 있는 전남 여수를 찾는다. 공교롭게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27~28일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야권의 두 유력 주자가 같은 날 호남을 찾게 돼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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