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직원 5명, KT 직원 2명 등 총 7명의 남한 체류 인원은 예정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늦어진 오후 7시경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귀환했다. 이날 이들의 귀환으로 개성공단에 체류한 남한 인원이 단 한명도 남지 않아 남북을 잇는 인적교류는 완전히 끊기게 됐다.
하지만 남한 측이 요구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원·부자재와 완제품 회수 관련 협의가 아직 남아있어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단절되는 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원·부자재와 완제품 회수에 대해 향후 북한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판문점과 군 통신선의 재개를 북측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정부의 요구에 응해오면 지난 3월 27일 이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절됐던 남북 간 군 통신선의 재개된다.
▲ 홍양호(왼쪽에서 두 번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남한의 개성공단 체류 인원이 3일 오후 7시경 귀환해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은 원·부자재와 완제품 회수를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의도가 없기 때문에 남한 측의 회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만약 북한이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든지 몰수하겠다고 하든지 입장을 정했을 것"이라며 "미수금 지급과 완제품 회수 요구는 다른 트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제품 회수에 대해 합의를 못했기 때문에 협상할 것이 남아 있다. 이는 향후 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시사점이 된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완제품 회수를 위한 협의는 곧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이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도 논의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원·부자재와 완제품 회수를 허용하는 것이 곧 대규모의 남한 인원이 개성에 들어가 상당한 기간 동안 체류하는 상황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것이 오히려 정상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개성에 남아있는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회수하려면 상당한 수의 차량과 인원이 개성에 진입해야 하고 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실무 협의와 남북 간 추후 협의 과정이 남북 모두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공히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는 다음 주 중반까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이를 바탕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 강조해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귀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루빨리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어 모두 함께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또 홍 위원장은 북측과 실무 협의 과정에서도 정상화 문제를 거론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역시 남한 체류 인원 귀환 직후 "개성공단은 지난 2003년 6월 착공 이래 남북관계 발전의 마중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정부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편 이날 북측에 지급된 미지급금은 총 1300만 달러 상당이다. 북측은 △3월 북측 노동자 임금 730만 달러 △2012년 기업소득세 400만 달러 △통신료와 폐기물 처리비 등 기타수수료 170만 달러 등을 요구했고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이 금액을 충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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