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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기고] 모바일투표의 모순과 민주당 진정성의 위기

모바일투표 파문과 그에 대한 비판들

지난 주말 민주통합당의 제주·울산 경선에서, 모바일투표 공정성 시비로 소위 비문(非文) 후보들이 불복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로그파일 검증 등을 통해 실제 문제가 있었던 사례는 크지 않음이 밝혀졌고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미봉됐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타협은 불가피하고 이제 와서 투표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드러난 모바일투표의 문제점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전화 자동응답(ARS)식 조사 방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중간 중단자' 문제에 대한 대비도 없이 선거를 시작한 무모함도 놀랍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된 케이스가 실제의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되려 떳떳하게 주장하는 것은 더욱 놀랍다. 투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는지는 2차적 문제다. 이 투표 제도가 민주주의 원리라는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지난 4.11 총선 서울 관악을 지역구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이정희 후보 측이 운동원들에게 거짓 응답을 유도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선 여론조사에 "부정한 방식으로 조사결과를 왜곡하려 했던" 시도 자체가 문제임에도 '실제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고 합리화했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투표와 관련,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1인1표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거나(보통/평등선거 원칙 위반), 대신 투표할 수 있다거나(직접선거 원칙 위반), 일상공간에서 노출된 상황에서 투표를 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까지 위반할 수 있다는 비판은 충분히 제기됐다.

간과된 문제 : 심각한 디지털 디바이드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투표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즉 정보화 격차를 전제로 한 투표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이 제도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휴대전화 보유 대수가 늘어나 1인당 평균 1대 이상씩 보급됐기에 모바일투표의 조건이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1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 보급/이용률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60대의 경우 여전히 보유 및 이용률이 다른 세대에 비해 25%포인트나 낮다.

또한 실질적으로는 소위 'IT 울렁증'이 진입장벽이 된다. 모바일투표에 자유자재로 참여하려면 일정한 정보통신기술(IT)의 활용도, 숙련도가 필요하다. 정보화 활용도의 격차를 살펴보면, 위의 조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비율은 20대에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43.6%다. 하지만 30대에서는 41.6%, 40대 33.0%, 50대 11.4%, 60대 8.3%로 세대 간 정보화 격차가 큼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이동전화로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20대에서조차 7.6%에 불과하다. 또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더더욱 보유/이용이 용이하지 못한 계층이 있다. 휴대전화를 보유하지 못하거나 전화 받고 문자 받는 이상의 정보화 활동을 하지 못하는 층은 모바일 투표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도입했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투표 시스템을 한 민주당 당직자가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모바일투표와 정치적 배제(political exclusion)

그들이 누굴까? 주로 저소득층과 고연령층(이른바 '5060세대')다. '1대99'이니 하면서 못 가진 자를 대변한다고 하는 야당에서 빈곤층, 저소득층이 체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큰 제도를 이렇다 할 보완책도 없이 진행한다. 이들의 눈에는 야당 전당대회가 자신들의 잔치일까, 그들만의 잔치로 보일까?

일부에서 '저소득층=고연령층=보수층'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추가 분석과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빈곤층·저소득층 중에 고연령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급과 세대가 완전히 중첩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정당지지에서는 젊은 저소득층에서 여당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야당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백 번 양보해서 5060세대가 저소득층이고 그들이 보수적이라는 가설을 수용한다고 하면 야당과 진보진영은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소홀해도 될까? 이는 규범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실적인 표 계산 차원에서도 미련한 짓이다.

최근 한 보고서에 쓴 바 있지만 현재 5060세대가 전체 선거인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5%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의 선거인 구성비 29.2%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늘어났다. 5060세대에 569만 표가 새로 생긴 셈이다. 반면 '2030세대'는 10년 전 48.3%에서 현재 38.6%로 10%포인트, 약 138만 표 정도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년이 더 지나면 50대 이상 연령층이 유권자의 50%를 넘어설 수도 있다. 소위 '중위수 유권자'가 50대가 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50대는 10년 전에는 40대였고, 당시 대선에서 노무현 대 이회창 지지 비율이 5:5로 나왔던 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0년 지난 지금 그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보다 박근혜 후보를 15%~20%포인트 더 지지한다. 안철수 원장 대신 문재인 후보를 대입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왜 변했을까?

왜 그럴까? 보통 연령효과(aging effect)를 얘기한다. '나이 들면 보수화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연 그것 뿐일까? 나이가 들면 '보수 호르몬'이 늘어날까?

필자는 2002년 이후 손쉽게 '자기 지지층 결집시키기' 전략으로 일관했던 야당 선거전략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모바일투표는 그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보면 거의 청년대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원장의 책에서도 노인 문제는 보살핌의 문제, 잔여적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회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나이 60이 넘으면 허리가 굽고 환갑잔치를 했다. 지금 60대가 노인인가? 최근에는 결혼도 늦어지고 자녀도 늦게 얻는 경향이 많아져, 50~60이면 은퇴 연령이 아니라 부양가족을 가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 중견세대가 되는 셈이다. 소위 고령화 효과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청년실업대책과 장년실업대책 중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어본 결과 6:4 정도로 '장년실업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세대에서는 물론 청년실업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장년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청년들에게도, 자신의 일자리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인 아버지·어머니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연금수령 연령은 높아지고 평균수명은 늘어난다. 청년/장년 대책 중 청년대책 우선으로만 갈 수는 없는 사회구조다.

야권/진보진영의 2030세대 편중 현상은 최근 급격히 강화됐다. 노무현은 50대에서 40%, 60대에서 34.9%의 지지를 받았다. 현재의 안철수는 5060세대에서 30% 이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양극화를 얘기하면서 스스로 양극화를 전제로 한 특정집단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모순. 자신들의 정책이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배제하지 않는지, 그렇다면 어떤 보완책이나 대안이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5060을 배제하는 것이 정의인가? 공정인가? 저소득층을 배제하는 선거제도를 가진 정당이 양극화 해소를 외치면 진정성이 느껴지겠는가?

남는 과제

현실적으로, 현재의 민주당 경선은 이 제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나온다면 그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경선 룰은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아니, 이번이 우리나라의 마지막 대선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경선제도 문제, 특히 모바일투표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단순한 선거제도 차원에서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넘어 야권과 진보진영 전체의 사회 인식과 선거전략 전반을 재검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왜 민주당 경선이 '2부 리그'라고 조롱받는 상황까지 왔는가? 안철수 원장과 야권이 단합해도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들은 왜 높아지는가? 야당과 진보세력이 그렇게도 강조해 온 '진정성의 위기'에 그 주된 이유가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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