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그동안 뭐하고' 지적에 "이제라도 나왔지 않냐"
문재인 후보는 4.11 총선 전까지 민주당에 기여한 바가 적다는 공격을 받았다. 손학규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손 후보는 문 후보에게 "그 동안 정치와 거리를 뒀다고 했는데, 정치는 멀리할 것, 막말로 더러운 것(이란 게 아니냐)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당이 어려우니까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두고 나섰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손 후보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불행한 최후를 마치셨다. (이 때까지도) '이런 불의를 놔둘 수 없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고 이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가 총선 때 가서야 '아, 내가 나가 봐야겠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맹공을 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이제라도 나섰지 않냐"며 "제가 꼭 돼야 한다, 나만 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지 않는다. 피하고 싶지만 역사, 국가, 시대가 필요로 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소명의식이 중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문 후보는 "특히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 기성 정치문화에 물들지 않은 소통하는 정치를 갈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생각해서 나섰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도 문 후보에 대해 그간 당에서 여러 차례 출마 요청이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꼭 이뤄야 하는데, 작년만 해도 민주당의 힘만 가지고는 정권교체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돼 '혁신과통합'을 통해 야권 대통합 운동을 했고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통합을 이뤘다"면서 "그렇게 민주당의 수권능력, 소통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응수했다.
문 후보는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꺾고 그 전에 안철수 교수를 뛰어넘어야 정권교체가 가능한데 그렇게 할 수 있는 후보가 과연 누가 있나?"라며 "그 일을 해내는 것보다 민주당에 더 큰 기여가 있나? 나는 자부한다"고 했다.
한편 문 후보는 '다른 후보의 정책 중 높이 평가하는 것이 있나'라는 사회자 공통 질문에 대해 경선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박준영 전남지사의 농업정책을 들었다. 단순한 정책평가를 넘어 박 지사가 대표성을 가진 호남에 대한 구애로도 읽힌다. 이 순서에서 다른 후보들은 모두 그 자리에 나와 있는 타 후보의 정책을 꼽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오른쪽부터) 후보가 23일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
손학규, 한나라당 시절 행적에 "잘못했다"
손학규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의 행적으로 거의 난타를 당했다. 패널로 참여한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주자였던 손 후보가 현대자동차 노조에 보낸 서한에서 파업 철회를 촉구하며 '귀족노조'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지적했다. 또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공공근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외면했고 환경미화원들의 도청 앞 농성투쟁 천막을 강제철거했던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손 후보는 "귀족노조란 표현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공공근로 노동자들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는 성실한 노력을 했다"고 답했다. 천막 철거 건에 대해서는 "강제철거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 분들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도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수사에 대해 손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야만적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공세를 폈다. 손 후보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표현이 지나친 게 있는 것 같다. 당시 도지사로서 세계를 뛰어다니며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 기준이 강하게 적용됐다"고 인정했다.
한편 손 후보의 이날 토론에 대해 패널 중 한 사람인 곽동수 교수는 "손 후보가 최근에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과 함께 많이 바뀌었다. (과거엔) 말이 길고 복잡하고 가르치려 하는 투였는데 바뀌었다. 그런데 예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충고했다.
김두관 "전경련 해체해야…文이 변호한 서청원, 현영희와 뭐가 다른가?"
김두관 후보는 과거 문재인 후보가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의 공천헌금 사건을 변호한 것에 대해 거센 공세를 폈다. 김 후보는 "서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고 공천헌금 비리로 감옥생활을 했는데 왜 변호를 맡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는 "국민이 선택해야 할 국회의원(인데 정치권)에 정치적 특권을 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특권과 반칙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 사건을 최근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사건에 비기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정치적 입장·노선과 상관없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번에 불거진 공천헌금은 새누리당 실세에게 준 공천 뇌물인데, 서 전 대표 건은 정당이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차입을 한 것이고 전액 정당 운영자금으로 쓰여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대표의 사건과 유사하다. 법률가 입장에서 변호할 여지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또 '왜 수임했나'는 지적에는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임을 거부하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같은 해명에도 "노무현 정신을 승계하는 후보로서, 변호사 윤리로 보면 그럴 듯하지만 정치인 시각에서 보면 동의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재벌을 엄호하는 강력한 로비 집단인 전경련을 해체해야 제대로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세균 "주택담보대출, 국가적 위기로 번질수도"
정세균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의 정치적 공세는 받지 않았다. 정 후보는 "IMF 외환위기의 본질은 기업과 금융의 위기였지만, 지금은 기업·금융기관은 괜찮은데 가계가 문제"라며 "가계부채가 1000조로 이는 가처분소득의 155%, GDP의 84%다. 2008년 미국보다 중증이고 스페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선제적인 해결을 하지 않으면 국가 위기로 전락하고 외환위기 같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나 패널 등이 정 후보의 정책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정 후보는 "'하우스 푸어'를 그냥 돕자는 게 아니라 소형 주택부터 매입해서 임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유동성을 공급해 파산을 막자는 것이지 금융지원이나 수혜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정 후보가 산업자원부 장관이던 시절 일어난 발전노조 파업에 대해, 산자부가 발전회사에 공문을 보내 '파업에 열성 참가한 자를 가중처벌하라'고 요구한 것을 지적했다. 정 후보는 "자세한 내용을 기억 못하지만, 정부의 장관 입장에서는 불법파업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파업 열성 참가자를 가중처벌하라는 것은 비합법적이지 않은가'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 후보는 "기억에 없지만 꼭 온당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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