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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한테도 안 주는 5월의 이것은 무엇?

[강제윤의 '통영은 맛있다']<25> 통영의 대세, 멍게 비빔밥

바다의 물총! 멍게의 재발견

봄이면 통영 바다에는 꽃이 핀다. 뭍에서 동백과 매화와 벚꽃이 흐드러질 때 통영 바다 곳곳에도 붉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그 꽃의 이름은 멍게 꽃이다. 멍게 수확이 시작되는 봄이 되면 양식장에서 수확한 멍게를 어선들이 끌고 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다 위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봄철 통영바다는 그야말로 '꽃들의 잔치판'이다!

멍게는 전 세계에 약 1500종, 한국 바다에는 7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멍게가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해안 지방 사람들만 멍게를 먹었다. 해녀나 잠수부들이 채취한 자연산 멍게는 귀한 해물이라 대중들이 먹기 어려웠다. 멍게가 지금처럼 널리 퍼진 것은 1970년대 이후 통영을 비롯한 해안 지방에서 멍게 양식을 시작한 덕분이다. 도시에서는 흔히 멍게를 회로만 먹지만 해안 지방에서는 멍게국이나 무침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된다.

멍게를 처음 맛본 사람들은 그 독특한 향에 끌리기도 하지만 그 향 때문에 싫어하기도 한다. 멍게 특유의 향은 알코올 성분인 신티올(Cynthiol)에서 비롯된다. 육상에 나온 시간이 오랠수록 향이 강하다. 아직도 너무 진한 향이나 질감 때문에 멍게를 먹기 거북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통영에서 먹는 멍게에는 그런 거북함이 전혀 없다. 통영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싱싱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통영에서 멍게를 먹어보고 그 맛에 놀라며 감동한다.

"이게 진짜 멍게 맞아!"

봄이면 양식장에서 수확한 멍게가 통영 앞바다를 꽃처럼 물들인다. ⓒ이상희

멍게의 재발견인 것이다. 도시의 수족관에서 오래 보관된 멍게는 향이 짙고 떫은맛이 강해진다. 그 때문에 멍게를 꺼리던 사람도 통영에 와서는 새로운 맛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향은 은은하고 맛은 상큼하면서도 달고 고소하다. 멍게는 우렁쉥이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시 스쿼트(Sea Squirt), 바다의 물총이다. 멍게란 말은 우렁쉥이의 경상도 방언이었지만 보편화 되면서 표준어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제는 우렁쉥이보다 멍게란 말을 더 많이 쓴다.

멍게의 몸빛깔은 보통 붉은색이거나 오렌지색이지만 가끔 어두운 갈색이나 흰색도 있다. 몸통 위쪽 끝에는 입수공과 출수공이 열려 있어 이곳으로 바닷물이 드나든다. 또 입수공 바로 아래에는 바구니 모양의 아가미 주머니가 있는데 여기로 바닷물 속의 플랑크톤이나 각종 유기물을 걸러서 먹는다. 멍게는 보통 얕은 바다의 암석이나 해초, 조개 등에 붙어서 살지만 2000m 이상 깊은 해저에 사는 것들도 있다 한다. 멍게는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등지에서도 즐기는 해산물이다.

용왕님이 알아서 해주는 멍게 양식

통영의 멍게 양식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73년 통영 살던 최두관씨가 자연산 멍게의 씨를 받아 양식한 것이 최초다. 멍게 양식이 이제는 통영 지방의 가장 큰 소득원 중 하나가 됐다. 통영 거제 바다의 멍게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통영 거제 지역에서만 연간 1만5000t 가량을 생산해 낼 정도로 성장했다. 한 사람이 뿌린 씨앗이 온 바다에 퍼졌다.

멍게 양식은 야자수로 만든 로프에 유생을 부착시켜 바닷물 속에 매달아 키우는 것이다. 부화부터 수확까지 굴은 1년이면 되지만 멍게는 2년 반가량 걸린다. 수익성은 굴보다 크다. 굴은 수익이 적은 대신 투자비용도 적게 드는 반면 멍게 양식은 수익성이 큰 만큼 투자비용도 크다. 굴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업에 속한다. 하지만 멍게는 위험한 사업이다. 근래 가장 큰 위험은 물렁병이다. 물렁병이 한번 왔다하면 다 양식장이 초토화된다.

물렁병이 나타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양식장의 멍게가 껍질이 부드럽고 물렁물렁해지면서 끝내는 껍질이 터져 죽게 되는 것이 물렁병이다. 물렁병으로 해마다 연간 400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해 왔다. 최근에야 물렁병의 원이이 밝혀져 예방의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물렁병은 멍게 양식업자에게 저승사자 같은 것이다.

그만큼 위험 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니 사람들은 멍게 양식을 투기사업이라 한다. 양식업자들도 멍게양식을 "짓고 땡"이라 말한다. 노름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멍게는 한번 바다 양식장에 넣어놓으면 추가 비용이 안 드는 이점이 있다. 사료를 먹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렁병만 안 생기면 힘들이지 않고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양식업자들은 멍게양식을 자신들이 아니라 "용왕님네가 알아서 한다"고 말한다.

멍게는 값의 등락이 심하다. 50kg 한 컨테이너에 5만 원할 때도 있고 10만 원이 넘을 때도 있다. 10만 원만 넘으면 돈이 된다. 멍게 양식은 한 줄을 한 봉이라 하는데 한 봉에 보통 두세 컨테이너가 나온다. 2~3000 봉이면 10억, 1만 봉을 하는 사람은 1년에 20~30억 원을 번다. 가히 바다의 로또다! 멍게 양식업이 투기성이 큰 까닭에 양식업자들은 바다는 자기 운이 있다고 믿는다. 운이 한두 해만 거들어 줘도 평생 먹고 살 돈을 벌고도 남는 것이다.

각종 새싹채소와 꽃들이 어우러져 맛깔스런 통영 멍게요리 전문점 '멍게가'의 멍게 비빔밥 ⓒ이상희

봄철 통영의 대세 멍게 비빔밥

나는 가끔 동피랑 아래 중앙시장에 내려가 멍게를 사다가 집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다. 하지만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대체로 많은 사람이 멍게뿐만 아니라 생선회도, 굴도, 소라도, 해삼도, 문어도 다 초장에 찍어 먹는다. 초장에 저려지면 재료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 맛이 그 맛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멍게의 경우 막걸리 식초나 발사믹 식초에 간장을 약간 첨가해 먹었더니 그 풍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또 멍게 샐러드를 만들어 막걸리 안주로 먹기도 한다. 채소와 멍게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만 뿌려 먹는다. 멍게의 신선함이 살아 있으니 그 또한 입이 즐겁다.

요즈음 통영 멍게요리의 대세는 아무래도 멍게 비빔밥이다. 멍게 비빔밥은 근래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예부터 통영 지방의 민가에서 흔하게 해먹던 것을 상품화시킨 것이다. 윤이상 선생도 멍게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통제사 밥상 전수자인 제옥례 선생의 증언이다.

"멍게 비빔밥은 해산물이 풍부한 이곳에서 자주 만들어 먹던 메뉴야. 해물 듬뿍 넣고 고추장에 비비기만 하면 되니까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지. 특별한 날이나 입맛 없을 때 별미로 먹으면 좋아. 지금 통영음식으로 상품화 한다면 내가 볼 때 통영비빔밥과 멍게비빔밥이 1순위야."(<한산신문> 김영화 기자 "통제사 밥상 전수자 제옥례 선생" 인터뷰 중에서)

멍게비빔밥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다. 보통 멍게 젓갈로 비빔밥을 하는데 사실 젓갈보다는 생 멍게로 만든 비빔밥이 훨씬 더 싱그럽고 맛있다. 멍게를 사서 멍게를 잘게 자른 뒤에 새싹채소나 채를 썬 오이 등의 채소를 넣고 양념을 뿌려 비비면 된다. 이때도 초고추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 참깨, 매운 고추를 약간 넣고 비비면 된다.

시간이 있다면 자른 멍게에 소금, 참깨, 다진 고추 등속을 넣고 잘 섞은 다음 한두 시간 정도 냉장 숙성시킨 뒤 먹어도 좋다. 먹을 때 채소와 참기름을 약간 넣고 바싹 구운 김을 잘게 부셔 넣어 비비면 더욱 맛있다. 이제는 멍게를 회로만 먹지 말고 직접 멍게 비빔밥을 만들거나 샐러드로도 먹어보면 어떨까!

□ <통영학교>, <섬학교> 5월 답사 안내
강제윤 시인이 이끄는 인문학습원 <통영학교>와 <섬학교>가 5월 답사를 떠납니다.


통영학교 5월 답사
일시 : 17일(석가탄신일), 18일 / 장소 : 통영 일대
☞ 자세한 답사 내용 보기 :"청보석 바닷길 따라...제철 해물천국으로"

섬학교 5월 답사
일시 : 4일~5일 / 장소 : 서해 비경 굴업도
☞ 자세한 답사 내용 보기 :"서해 바다에 떠오른 환상(幻想)...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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