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박근혜 겨냥 "국가 지도자로 어렵다"

"개인이 부모님 존경하는 건 좋지만…공직자는 헌법정신 충실해야"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은 장면 정부를 무너뜨린 5.16 군사정변과 관련해 "헌법 전문에 3.1 운동이나 4.19 민주이념은 있지만 5.16 등 다른 얘기는 들어있지 않다"면서 "개인은 어떤 생각을 가져도 좋지만 국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런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은 22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기독교도나 불교도도 있고, 일본 천황을 숭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김일성 숭배자도 있을 수 있다. 사상, 이념, 종교는 자유라고 돼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공통점은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헌법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법륜스님은 "개인이 부모님을 존경해서 항변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의원, 대통령 등 공직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헌법 정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관점에서 우리는 비판해야 한다. 개인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는 어렵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는 사실상 5.16을 옹호했다는 논란을 낳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5.16의 주모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는 지난달 16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2007년 경선에서는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주장했었다.

"안철수 현상, 정치권 크게 반성해야"

한편 법륜스님은 이날 행사에서 "정치를 10년, 20년, 30년 동안 전문으로 했는데, 그런 정치인들은 외면당하고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기대가 커지는 이런 것은 정치권이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언급으로 읽힌다.

법륜스님은 18대 대선 태풍의 눈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기획했으며 안 원장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었다. 때문에 대선을 넉 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날 행사에서 안 원장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대선과 관련해 그는 "선거에 의해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대퉁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이 있다. 두 가지가 일치하면 좋은데 잘 안 된다. 될 수 있는 사람은 운영할 능력이 부족할 때가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은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는 행사 사회자였던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집권할 수 있겠나'라고 물은데 대해 나온 대답 중 일부였다. 법륜스님은 "되는 것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 질문하시는데, 돼서 잘못 운영하면 다 죽는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 밑천이 달리면 안 하는 게 낫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국민들이 '되면 잘 하겠다' 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이다' 하는 사람이 길을 모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MB에는 '독도 말고 북한에나 신경 쓰라' 일침?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인권 개선을 통해 사회 참여를 활발히 해온 법륜스님은 통일정책과 관련, 이명박 정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5년 간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쉽다. 역사적 평가를 분명히 받을 것"이라며 "5년 간의 정책 실패에 머무는 게 아니라 통일의 기회를 상실할 위기를 초래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질문에도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데 굳이 우리 땅이라고 확인하는 게 필요한가?"라고 물으며 "헌법에는 우리 땅이라고 돼 있지만 실효적 지배를 못 하는 북한과 협력하고 포용해서 더 넒은 땅을 갖는 데 치중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의원 연구단체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주최 하에 '시대정신과 대통령선거'라는 주제로 열렸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영선, 박기춘, 노웅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과 통합진보당 강동원, 김제남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의 아내 배우 최명길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