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작성의 사찰 관련 문건이 추가 공개됐다. 불법사찰 관련 활동이 야당 등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VIP'가 필요하다면 비선(秘線) 보고를 계속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VIP'는 통상 정부기관 내에서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20일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공판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채널 변경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이 증거로 제시됐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 문건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비선보고 의혹을 감추기 위해 보고 계통을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는 "VIP께서 필요하시다면 비선을 EB(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로 하느냐 민정(수석실)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 야당 등에 들키느냐 안 들키느냐가 관건"이라며 "EB는 종전과 같이 보고하되, BH(청와대) 대면보고는 피함"이라 적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건에는 "지원관실이 EB에게 보고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민정의 시각은 불순한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정상적인 업무지휘계선 상에 있는 민정수석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 보고를 문제삼았으며, 지원관실 등 불법사찰을 주도한 측에서는 이같은 문제 제기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앞서 검찰이 지난 5월 발견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2008년 8월 20일 작성) 문건에는 "보고라인은 최대한 줄이되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여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VIP께 일심으로 충성"이라는 내용이 담긴 바로 그 문건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싱거웠다. 검찰은 이영호 전 비서관은 이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했으며,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은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지원관실 업무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면서 불법사찰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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