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심상정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한 통합진보당은 27일 오전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강기갑 대표도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구 당권파는 강기갑 대표에게 협력하겠다는 태도지만, 당 한편에서는 강기갑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나 참여계 등의 산발적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심 원내대표 및 강 대표 측인 노회찬 의원(서울 노원병, 재선)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내 상황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결론에 다들 좀 당황해하고 있다"며 "머릿속이 하얗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당 내 쇄신 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노 의원은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본인의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 등 향후 정국에 대한 전망을 묻자 이같이 말하고 "국민들의 걱정이 더 깊어진 건 사실인 것 같다.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바닥을 치고 반등하길 기대했지만 아직 더 추락해야 될 것 같다"고 어두운 어조로 말했다.
전날 의총 결과에 대해 노 의원은 "지난 23일 의총에서 제명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김재연 의원에 대해서 제명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의사표시를 한 분이 있다"며 "중앙위원회 이후로 연기할 경우에는 뜻을 함께 하겠고 의사표시를 한 바가 있어 연기를 했지만 결과는 이렇게 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 교수가 '김제남 의원을 말씀하시나'라고 묻자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누가 어쨌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아마 본인이 자신의 태도는 본인이 밝혀야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김 의원을 겨냥했다.
야권연대 전망에 대해서는 "혁신이 모두 다 좌초되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권연대 등 다른 정당세력과의 관계도 회복되는 방향으로 저희들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야권연대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는 질문에는 "속단하긴 이르다"고 답했다.
이·김 두 의원의 당원 자격에 대해서는 "중앙당기위 제명의 결정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며 "다만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처리가 완성이 안 된 지금,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집행부는 제명은 완료되지 않았지만 당원자격은 정지된 걸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은 27일 오전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강기갑 대표도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뉴시스 |
이상규 "진실과 국민 눈높이 차이"…오병윤 "진보는 진실이 기초"
반면 구 당권파 측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상규 의원(서울 관악을, 초선)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총 결과에 대해 "13명 의원이 서로 갈라지지 말고 함께 힘을 모으자, 이제는 당이 수습을 해서 민생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이런 신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행자가 '이게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인가?'라고 묻자 이 의원은 "진실과 국민들의 눈높이 사이에 지금 간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5월 2일 조준호 진상조사보고서는 왜곡과 부풀리기로 점철된 것"이었다며 "모든 언론들과 국민들은 그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사퇴에 대해 그는 "선거 부실이나 부정 문제의 정치적 책임을 당선자가 진 사례가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그런 책임은 보통 당 대표나 선거관리책임자가 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차원의 의원 자격심사에 대해서는 "한동안 잠잠했다가 제명안이 부결되고 나서 새누리당에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생각"이라며 "그런(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자격심사를 추진하게 되면 이 무리한 일은 이번에 제명안이 부결된 것처럼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향후 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나가고,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이 적극적으로 정치 일선에서 제대로 뛴다고 했을 때 이런 문제는 충분히 수습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지도부 구성 등에 대해선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만만하지는 않다. 야권연대가 자동적으로 잘될 거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마음을 비우고 백의종군해서라도 야권연대를 해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마음"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도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대선출마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저희들 마음 같아서는 이정희 전 대표를 포함해서 유시민 전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까지 총출동했으면 가장 좋기는 한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구 당권파 측 '당원비대위'의 좌장 격이었던 오병윤 의원(광주 서을, 초선)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의총 결과에 대해 "진보는 진실이 기초한다. 진실을 우선한 의원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통합의 정신을 되살릴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런 노력들을 계속 해 가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 또 강기갑 지도부의 책임론으로 번지는데 대해 "사안 하나하나에 따라 지도부가 모든 책임을 다 져야 된다고 하면 그것은 옳지 않은 길"이라며 "지금이라도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당원들과 의원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받아서 통합하고 화합하면서, 당이 단합하고 국민 신뢰를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김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명안 추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그것이 정치의 기본 도의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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