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00조 원에 육박하는 대출이 CD연동 금리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0.1%만 높여잡아도 은행들이 연간 3000억 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이 자진해서 반납하지 않으면, 부당이득 반환청구 등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CD 금리가 '사실상 조작'되고 있었다는 의혹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담합에 따른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업체는 100% 과징금이 면제된다는 '리니언시'를 이용해 한 금융업체가 담합 사실을 시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CD금리 자체가 시중금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CD 금리 조작 의혹 조사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시스 |
CD금리 조작을 확인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융감독당국과의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최소한 사전에 금융당국에 논의를 했어야 한다"면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유감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정위는 17일과 18일 CD 금리를 산정하는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이어, CD를 발행하는 은행들에 대해 잇따른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신속한 조사 과정을 지켜보던 업계에서는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돌았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리보게이트'에 의해 촉발됐다. 350조 달러에 달하는 국제금융거래의 기준금리 격인 리보 금리가 글로벌 대형은행들에 의해 조작됐다는 충격적 사실이 폭로된 이후 , 리보 금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CD금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자 공정위가 나선 것이다.
사실상 거래 없는 날도 CD 금리는 보고된다
현행 CD금리가 산출되는 방식은 이렇다. 10개 증권사가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금융투자협회에 시중에 유통되는 CD 금리를 보고한다. CD는 현재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다. 금투협은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 수치를 평균해 고시금리를 결정한다.
문제는 지난 2009년 정부가 은행이 CD 발행으로 들어오는 돈을 예금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은행이 CD를 발행할 인센티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CD 발행 물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CD 발행 물량의 절대량 자체가 시중금리의 기준으로 삼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식물금리'가 된 지 오래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가 됐다.
지난 2009년 말 100조 원에 달하던 CD 발행잔액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 6월 말 현재 27조 원으로 급감했다. 2010년까지 매달 9조~10조 원씩 거래됐던 CD는 현재 2조 원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시장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CD금리, "나홀로 고정금리"
이처럼 CD 거래가 거의 없는데도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에 유통금리를 보고해왔다. 사실상 금리조작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금투협에 CD금리를 보고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통틀어 CD금리 거래가 있었던 날이 5일 미만"이라면서 "거래량이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 상황에서 금리를 보고해야 하니, 과거 수치를 입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CD금리는 다른 시중금리는 하락했는데, 지난 3개월간 3.54%에서 변동이 없었고, 지난 1년간에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통화안정증권의 금리는 같은 기간 3.38%에서 3.22%로 0.16%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업계에서는 공정위에 자진신고한 금융사가 증권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은행과 '갑과 을'의 관계인 증권사가 '사실상의 조작 금리'를 제시해오다가 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식물금리 만든 건 당국"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처럼 CD 금리를 '식물금리'로 만드는 요인을 제공한 금융당국이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를 만들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내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후 한 번도 추가 회의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정위가 금융당국을 무시하고 CD금리 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대 마진으로 수익을 늘리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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